사위회사 누락 숨기려 딸 혼인신고일 은폐…"허위제출 인식가능성·중대성 상당"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을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총수 일가가 보유한 13곳을 계열회사에서 누락하고 사위와 매제 등 2명을 친족 현황 자료에서 뺀 것으로 보고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회장은 2017~2020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친족이 보유한 13개사와 사위와 매제 등 친족 2명을 누락했다.
지정자료는 공정위가 해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총수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 주주 현황과 감사보고서 등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회장은 호반건설이 대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됐던 201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한 지정자료를 제출했다. 2019~2020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는 배우자 외삼촌의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인 건설자재유통업체 삼인기업 내용을 누락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호반건설의 주주인 배우자의 외삼촌과 그 아들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분율 요건만으로도 손쉽게 계열사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호반건설은 3년간 우수협력업체 표창을 받은 기존 거래업체에 사전 설명도 없이 거래를 끊고 지정자료에서 누락된 삼인기업을 협력업체로 등록해 2020년 7월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삼인기업은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신용등급 등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호반건설이 물량을 몰아주면서 연 매출이 6개월만에 20억원으로 뛰었다. 이중 호반건설과의 거래 비중이 88.2%에 달했다.
호반건설은 2019년 11월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 조사를 시작하자 삼인기업과의 거래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친족 보유지분을 부하 직원, 지인 등에게 양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 공정위 조사 이후 호반건설은 삼인기업을 청산했다.
김 회장은 사위와 여동생, 매제가 각각 최대 주주인 계열사 세기상사, 영암마트운남점, 열린개발도 지정자료 제출 때 누락했다. 2018년 2월 호반건설로부터 세기상사를 계열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의도적으로 딸의 혼인신고일을 기재하지 않고 계열편입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동서의 사위가 지배하는 회사인 청연인베스트먼트 등 9개사를 지정자료 제출에서 빠뜨리고 사위와 매제 등 2명의 친족을 친족현황 자료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상당하고, 행위의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누락된 회사들은 김 회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친족이 지배하는 회사이고, 사위와 매제를 친족현황에서 누락하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이 2016년부터 다수의 지정자료를 제출해온 경험이 있는 점도 고려됐다.
일부 계열사는 누락 기간이 4년에 이르는 점, 누락 기간에 미편입 계열사들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및 공시 의무 규정을 적용받지 않게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제력 집중 방지의 근간이 훼손됐다고도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의 고의적인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해 고발 조치한 사례"라며 "그룹 총수가 지정자료 제출 의무자로서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고의가 아닌 담당자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