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포스코홀딩스(최정우 회장)가 출범과 동시에 나쁜기업으로 윤석열 정부에 찍혔다.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준 나쁜 기업이라는 것. 대ㆍ중소기업 양극화에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인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5단체장과 만나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재계 애로 사항을 공유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원자재 값이 올라도 납품 단가에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는 대기업들이 있다. 중소기업의 불만이 높다”면서 “포스코는 지난해 철강 제품 가격을 5번 올리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불합리한 내용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대ㆍ중소기업간 상생을 역행하는 사례로 지적했다. 포스코는 2021년 철강 가격을 인상했다. 철강 가격이 인상되면서 조선ㆍ완성차ㆍ가전 등 제조 업계의 원가부담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이후 가뜩이나 실적 악화가 가중된 중소기업에게 원가 인상은 사면초가 상황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철강재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은 납품 단가에 철강재 가격 인상분을 곧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호소해왔다.
철강업계는 김 회장의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차기 정부에서 포스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는 역대 정권마다 외풍에 시달렸다. 전임 회장이 새 정부에 들어서면서 낙마하기 부지기 수 였다. 이런 점에서 김 회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尹당선인·경제6단체장 간담회서 김기문 中企중앙회장, "(포스코) 철강가격 올려 中企 부담 커져"...포스코, “원자재 상승으로 불가피”
철강업계가 김 회장의 발언에 볼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포스코는 지난 해 철강 가격인상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시스템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21년 포스코홀딩스는 매출76조3323억원, 영업이익 9조2380억원, 당기순이익 7조195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분현황은 국민연금공단(9.25%), BlackRock Fund Advisors(4.95%), Nippon Steel Corporation(3.32%), The Government of Singapore(3.31%), 삼성그룹(1.52%)등이다. 여전히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다.
김 회장이 포스코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이 5차례 철강가격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고혈을 짜낸 결과라는 지적에 대해 철강업계는 철강가격 인상은 제철용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재 값의 상승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김 회장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원자재 값도 올라 포스코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철강업체가 철강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면서 “마치 포스코가 업황과 관계없이 중소기업의 고혈을 빨아먹은 것처럼 당선인 앞에서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 실적은 글로벌 업황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에는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사상 첫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에는 경기 회복과 함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중기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당시 비공개 상황인 줄 알고 발언했지만, 간담회가 TV로 생중계된 사실을 알고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여러 차례 교체된 흑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 단체마다 처지가 다르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갈라치는 것보다는 새 정부와 함께 상생·협력 방안 마련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