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전시(戰時)경제' 방불...백전노장 세워 정면 돌파할 때
지금 한국은 '전시(戰時)경제' 방불...백전노장 세워 정면 돌파할 때
  • 권의종
  • 승인 2022.04.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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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도 결국엔 ‘사람 장사’...윤석열 정부, 경제 분야만큼은 경험 많은 최고의 전문가 골라 써야

[권의종 칼럼] 그럴 줄 알았지만 이럴 줄 몰랐다. 한국경제가 역대급 충격이다.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연이어 경고음이 울려댄다. 윤석열 정부는 운도 없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험난하다. 드러나는 경제 지표가 하나같이 안 좋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빈 국고(國庫)를 물려받았던 김대중 정부 시절 못지않다. 그때보다 어려움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당장 나랏빚이 태산이다.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 내용이 경악이다. 국가부채가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정확히는 2,196조4천억 원에 이른다. 2017년 1,555조8천억 원, 2018년 1,683조4천억 원, 2019년 1,743조7천억 원, 2020년 1,981조7천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57조 원의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많다. 확장 재정을 앞세워 펑펑 써댄 결과다.

민간 부채도 거대하다. GDP의 2.2배다. IMF·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가계와 기업이 짊어진 4,500조 원의 빚이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오른다. 금리 상승과 자산시장 부진과 맞물려 경제를 무너뜨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거치며 실물경제 대비 과도하게 불어난 민간 빚이 경제의 취약 고리가 됐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빚을 늘려온 가계와 자영업자, 한계 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올 1분기 무역수지가 40억4,000만 달러 마이너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8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최고치로 늘었으나 값이 부쩍 오른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에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설비투자도 주춤한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분기 시설 투자 및 유형자산 취득을 공시한 기업의 투자금액은 3조7,84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3% 급감했다. 

한국경제 역대급 충격...국가·민간 부채 거대, 무역수지 적자, 물가 폭등의 ’퍼펙트스톰‘ 엄습

물가는 뜀박질이다. 인플레이션이 엄습한다. 물가 상승률이 2013년 이후 8년 연속 1%대 이내로 유지되다 지난해 2.5%로 고개를 들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 이후 처음 4%대를 넘어섰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판에 물가가 치솟는 게 섬뜩하다. 지금의 물가 상승세는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주원인이다. 고성장을 바탕으로 강력한 수요가 뒷받침됐던 1980~90년대의 인플레이션과는 성격이 또 다르다.

국민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1년 전보다 경유(37.9%), 휘발유(27.4%) 가격이 치솟았다. 3월 외식 물가는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 폭이 컸다. 물가 부담에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가 위축된다.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해 뿌려진 유동자금이 넘쳐난다. 대출, 세금, 재건축 등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꿈틀댄다. 기업경영은 더 어렵다. 전염병 창궐과 경기침체로 매출이 내리막이다. 물류비 상승, 원자재 가격 폭등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 

금리는 계속 오를 조짐이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예정인 미국에 맞서 자본 유출도 막아야 한다. 부작용이 문제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당장 피해가 속출한다. 1,862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빚 있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고가 심해진다. 고금리와 연체 증가로 금융시장마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니 경제성장은 뒷걸음칠 수밖에. 올해 성장률 예상치 3% 달성은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1%,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은 3.0%로 잡았다. 국내총생산(GDP) 또한 증가율이 3%대에서 2%대 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I(인플레이션) 공포’가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공약에 연연해선 안 돼...사정 생기면 못 지킬 수 있고, 나라 위한 ‘진정성’만 있으면 돼

해결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민첩하게 위기 대처에 나서야 한다. 세상만사,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국가경영도 결국엔 ‘사람 장사’다. 일찍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 했던 터. 경제 분야만큼은 경험 많은 최고의 전문가를 골라 써야 한다. 절대로 대충 대충은 안 된다. 한번 채용하고 나면 속수무책이다. 국정철학 공유 따위나 운운하며 정치권이나 캠프 출신을 마구 써댄 과거 정부들의 잘못이 반복돼선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은 전시상황이다. 먹고 사는 경제, 죽고 사는 안보의 전장(戰場) 한복판에 있다. 긴급 상황에서는 비상 대처가 유효하다. 리스크관리가 최우선이다. 참신함보다 노련함이 요구된다. 외부인사 영입보다 능력과 역량이 검증된 내부 출신 발탁에 무게를 둬야 하는 이유다. 설사 개혁과 혁신은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오판과 시행착오 위험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다.

외부 전문가 기용이 나쁠 리 없다. 다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외부인사 부임은 업무와 상황 파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상황이 안정되고 개혁과 혁신이 필요할 때 해도 늦지 않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의 첫 경제팀 조각은 일견 무난해 보인다. 경제부총리에 경제정책 전반을 경험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을 지명했다. 나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금융위원장도 그런 전문가를 기용하면 좋을 것 같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더. 대선 공약이 경제 운영의 걸림돌이 되면 곤란하다.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너무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피치 못 할 사정이나 예상 못 한 상황이 생기면 지키지 못하거나 미뤄질 수 있다. 그러지 않는 게 되레 비정상이다. 그래서 먹는 욕이나 당하는 비난쯤은 기꺼이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좋은 나라, 좋은 경제를 만들려는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지도자 되기는 쉬워도 지도자 답기는 어렵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논설실장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전국퇴직금융인연합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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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배 2022-04-11 10:59:57
매의눈으로 예리하게 보신 듯 합니다. 이제 바로 잡아가야하는 첫발입니다.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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