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신기루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
'엔데믹' 신기루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
  • 김명서
  • 승인 2022.04.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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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백명 사망자 유족 어려움은 관심 밖…화장장 부족 등으로 이중삼중 고통

[김명서 칼럼] 본색은 진즉에 드러났다. 더 이상 숨길 것도, 속을 일도 없다. 'K방역‘은 꼬리를 내렸다. 해일처럼 밀어닥친 확진자 폭증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환자 관리를 포기하고 방치해 버렸다. 그러다보니 각자도생이 일상화됐다. 본인 몸은 스스로 지켜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자연면역은 이미 시작됐다. 방역 대책은 집단 면역으로 궤도수정을 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항체 형성자를 최대한 늘려 코로나가 저절로 수그러들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백신 확보가 어려운 일부 국가들이 불가피하게 받아들인 방법이다. 한 때 연민의 대상이었던 이들 국가의 행보를 우리가 뒤늦게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궤도수정의 가장 큰 이유는 확진자의 폭증이다. 어느 덧 확진자는 1500만명을 돌파했다. 10명 중 3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다. 여기에다 증세는 있는 데 검사를 받지 않는 ‘샤이 오미크론 환자’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정부의 확진자 발표보다 2배 이상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사실이라면 전 국민의 60% 이상이 감염됐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단면역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현 정권의 대표적 업적으로 내세우는 ‘K방역’의 포기처럼 비쳐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K방역’은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느닷없이 방역의 고삐를 풀면서  사실상 종식됐다. 여당 후보 득표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였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른바 ‘정치방역’ 의혹이다. 확진자와 사망자는 그 후 세계 최악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부 쪽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엔데믹을 자주 거론한다. 우리에게 엔데믹이 멀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코로나 사태가 곧 끝날 것이라는, 즉 ‘엔드 코로나’의 뉘앙스도 풍긴다. 그러나 엔데믹은 말라리아처럼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을 일컫는다. 코로나의 종식이 아니다. 엔데믹을 놓고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다름없다.

엔데믹은 풍토병, 코로나 종식 아냐…희망 아닌 불가피한 현실일 뿐

그런데도 엔데믹을 ‘K방역’의 성과처럼 치장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달 초 “우리나라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거들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코로나를 엔데믹 수준으로 낮추는 선도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같은 맥락으로 발언했다. 마치 정부가 대처를 잘해 코로나 사태를 가장 먼저 끝낼 것이라는 투다. 

정부는 엔데믹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 조만간 현행 거리두기 체계도 폐지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도 1급에서 2급으로 낮추겠다고 한다. 일반 풍토병처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대놓고 얘기는 안하지만 집단면역 상황에서처럼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우리가 그럴 만큼 의료체계를 갖췄느냐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망자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유행이 정점이 지나간다지만 사망자는 연일 3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300명 수준이면 한 달이면 1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사망자는 8759명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지난 2월까지 2년 동안의 누적 사망자보다도 더 많았다. 

사망자는 특히 의료진이 부족한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3분의 1 이상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유족들은 면회금지로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일을 당하는 실정이다. 

밀려드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다른 질병을 앓은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례로 부지기수다. 이른바 ‘초과 사망자’들이다. 이들의 수는 코로나 사망자 수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한다.     

사망자 급증에 따른 화장장‧안치실‧장례식장 부족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3일장이 6일장, 7일장으로 늘어나다보니 유족들이 겪는 이중 삼중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냉동시설이 없어 시신 관리가 엉망이라는 소식에 유족들의 억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풍토병 관리 의료 체계 불충분…방역고삐 푸는 데 끝까지 신중해야 

엔데믹은 감염자가 너무 많아져 퇴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리는 결론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엔데믹에서 코로나 상황 탈출의 희망을 걸고 있다. 적어도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지내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너나없이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질곡에 질릴 만큼 질렸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만큼 인내심도 고갈 상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코로나로 정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다수의 안위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코로나 앞에서는 누구나 소수가 될 수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사망한 사례는 날마다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의료 체계 현주소에 비추어 코로나를 풍토병처럼 관리할 여건이 아직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말 엔데믹이 가까워졌다 하더라도 방역의 고삐를 푸는 데는 끝까지 신중해야 한다.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고, 최소한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만큼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떠나는 정부나 새로운 정부나 방역을 놓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방역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일 뿐 치적의 대상은 아니다. 당연히 자화자찬은 금물이다. 사망자 300명 이상을 발표하면서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는 정부는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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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2022-04-11 13:15:36
전염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으니 어이가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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