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 횡령액은 616억원…이란 기업 몰취 당했던 계약금
우리은행 직원 횡령액은 616억원…이란 기업 몰취 당했던 계약금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2.04.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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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사각’ 악용, 전액 빼돌려…은행 내부통제시스템 ‘깜깜이’
금감원, 우리은행 본점 검사 착수…범행 직원 자수 후 긴급체포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한 615억원은 2010년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이란 최대 가전그룹 엔텍합이 채권단에 납부했던 계약금578억원과 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차장 A씨로 2012~2018년 사이에 문제의 계약금과 이자를 보관한 에스크로 계좌에서 3차례 걸쳐 전액을 빼돌린 뒤 계좌 자체를 아예 해지시켜 버렸다.

은행 측은 이후 4년이 지나는 동안 계좌 존재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15억원이라는 거액이 사라졌는데도 작동하지 않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본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A씨는 27일 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기업개선부에서만 10년 넘게 일했고 26일까지도 정상 출근했다. 경찰은 혐의가 확인 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8일 금융계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0년 11월이란 기업 엔텍합이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채권단 간사은행으로 M&A를 주관했다.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은 엔텍합의 인수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채권단과의 가격 이견으로 최종 계약(SPA)을 맺지 못하고 좌초됐다. 

이에 채권단은 엔텍합이 납부한 계약금 578억원을 몰취해 우리은행의 에스크로 계좌에 넣어두고 당시 M&A 업무를 담당했던 A씨가 계속 관리토록 맡겼다. 

A씨는 계좌가 만들어진 직후인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세 번에 걸쳐 계약금 원금과 이자를 모두 빼낸 뒤 2018년에 계좌를 아예 해지해 버렸다.

계약금을 몰취 당한 엔텍합이 2015년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를 합해 756억원을 돌려달라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제기하는 상황이었다.

통상 M&A 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은 채권단이 지분 비율대로 나눠 갖지만 엔텍합이 계약금 반환을 계속 요구하면서 ISD까지 제기하다보니 채권단 모두가 계약금 관리는 방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러한 관리 사각 상황을 악용해 순차적으로 돈을 빼돌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당시 근무했던 기업개선 담당 직원들이 거의 퇴사하거나 부서를 이동해 계좌 존재 자체를 아는 직원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계좌가 해지된 2018년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는 계좌여서 내부 통제에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A씨의 범행은 ISD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하면서 몰취했던 계약금을 엔텍합에 반환하기 위해 최근 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ISD 패소 판결은 2019년에 내려졌으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여의치 않아 계약금 반환은 계속 미뤄져 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배상금 송금을 특별 허가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28일 "오늘 중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면서 "수시검사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날 밤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보고를 받았고,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 등을 감안해 우리은행 본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겠지만, 횡령 금액이 적지 않은데다, 은행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고, 소비자 보호, 리스크 등 사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수시 검사에 들어간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자수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우리은행 측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A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이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 자수했다"면서 "구체적인 혐의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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