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횡령' 못막는 5대 이유...금감원 상시감시체계도 '구멍'
'은행 횡령' 못막는 5대 이유...금감원 상시감시체계도 '구멍'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05.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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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금감원장들 상시감시 외쳤지만 공염불...은행 내부통제도 부실
은행 감사 '금감원 출신' 독차지...감사원 본감사 착수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은행의 금융사고는 왜 끊임없이 계속될까.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사건을 놓고 금융감독원이 검사시스템 뿐만 아니라 상시감시체계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예비조사를 마치고 이달중 본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 부실논란이 일고있는 금감원의 검사시스템 전반을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횡령기간인 2012~2018년 우리은행에 대해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검사를 하고 상시 감시시스템까지 가동했지만 사고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먼저 이번 우리은행 직원 횡령사건을 계기로 금감원의 검사관행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전부를 뜯어보는 종합검사 등을 했음에도 횡령사건에 대한 존재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검사가 주요이슈에 대한 질책사항을 적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관행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나갈 때는 사전에 검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나가기 때문에, 당시에 왜 못봤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사대상인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가 큰 거 하나만 잡으려 하거나 건수만 채우려는 관행이 일부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우리은행 직원 횡령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금융사에 대한 상시감시체계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정은보 현 금감원장을 포함해 역대 원장들은 금감원 본연의 기능인 상시감시체계를 강화해 금융사고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등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에 이어 이번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건도 제때 막지 못했다.

정 원장은 지난 2일 금감원 책임론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어떻게 내부통제가 운영되는 상황인지 정확히 평가해서 거기에 따라 어떤 개선을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다음은 금감원 뿐만 아니라 10여년간 거액 횡령사건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은행 수뇌부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규모 시중은행은 자체 감사실을 운영하는데 이런 거액이 사라진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직원 횡령시기와 겹치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경영기획그룹장을 지내면서 내부회계관리자였던 점도 논란거리다.

더구나 우리은행을 포함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까지 모두 금감원 고위직 출신이 감사직을 맡고있는 점도 문제점이다.

금감원이 검사 및 상시감시체계를 총동원하고도 우리은행의 부실을 사전에 잡아내지 못한데다, 금감원 고위직 출신이 포진한 은행의 감사체계로도 이번 사고를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들이 은행으로 가서 내부통제가 강화됐다고 하는데, 이번 횡령사건을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구조적, 제도적 문제점은 금융사고가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사건은 결국 구성원의 그릇된 행위에서 비롯된다. 그만큼 은행원의 교육과 가치관, 시스템의 미흡 등이 원인이어서 은행들의 대책 보완이 시급하다.  

한편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한 예비조사를 끝내고 이달 중 본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직원 횡령사건을 계기로 금감원의 검사시스템에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감사원은 본감사에서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원이 예비조사를 마치고 이달 본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 관련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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