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65세는 일러”…‘지공거사’ 기준 ‘뉴노멀’에 맞춰야
“이젠 65세는 일러”…‘지공거사’ 기준 ‘뉴노멀’에 맞춰야
  • 김명서
  • 승인 2022.05.0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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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20% 돌파 눈앞…70세로 단계적 상향조정 바람직

[김명서 칼럼] 지공거사(地空居士).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을 일컫는 은어다. 하지만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지 38년이나 됐고 수혜자도 쌓이다보니 이제는 일반명사처럼 쓰인다.  

요즘에는 ‘지하철을 타고 하릴 없이 돌아다니는 노인’이라는 비아냥도 덧씌워졌다. 출퇴근 시간에도 지하철이 ‘지공거사’들로 북적이는 데 따른 불편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지공거사가 지하철 적자의 주범인 양 또다시 도미 위에 올랐다. 전국의 도시철도 운영 공기업들이 얼마 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국비로 메워달라고 대통령직인수위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공거사’ 때문에 지하철의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불만 제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적자 경영이 거론될 때마다 되풀이됐던 ‘고정 레파토리’다. 그렇지만 정부는 무임승차가 중앙이 아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라며 손실 보상 요구를 내쳐왔다. 

논란이 해묵은 이유는 지하철 운영 적자의 근본 원인이 무임승차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치를 단순화시키면 분명해진다. 무임승차를 시킨다고 해서 전기값, 기름값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텅 빈 상태로도 운행하는 게 지하철이다. 그렇기에 지공거사들이 사라지면 혼잡도만 다소 완화될 뿐 운행비용은 거의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적자의 근본 원인은 경영의 비효율성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 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영상황을 따져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해 96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1조1137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적자다. 2017, 2018, 2019년에는 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과 재작년에 두 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영향으로 승객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하철 적자 원인은 경영의 비효율성…“적자 보전 요구는 면피성 성격 짙어” 

그런데 지난 해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 승차인원의 15.9%를 차지했다. 이를 운임으로 환산하면 2784억원이라는 게 공사측의 설명이다. 이 액수를 뺀다고 하더라도 적자 규모는 6860억원이다. 코로나 상황 이전보다 1000억원 이상이 많다. 무임승차를 없애더라도 거대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적자의 해결책은 요금 인상이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이후 7년째 그대로다. 그런데 공사 측이 주장하는 운송원가는 2067원이다. 승객 1명할 때마다 1113원의 결손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임 박원순 시장도 그랬지만 오세훈 시장도 요금 인상에는 부정적이다.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는 않지만 ‘인기 관리’ 때문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당선을 포기하는 ‘자해행위’와 다름없다.   

사정이 뻔한데도 도시철도 공사들이 무임승차 문제를 새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새 정부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물을 던져놓고 걸리면 좋고, 안 걸려도 밑질 것은 없다고 계산한 듯싶다. 만성 적자를 겨냥한 질책에 대비한 ‘면피성’ 하소연일 수도 있다. 

지공거사로서는 적자타령만 나오면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마치 우리사회의 심각한 짐 덩어리라도 된 듯한 기분일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선거를 앞두고 뿌린 무상 지원금이 수십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이상실’의 느낌도 받았을 법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지공거사 중 상당수는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눈치밥’ 먹는 것처럼 부담스러워 한다. 공짜라는 데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또는 민망함 때문인 것같다. 자발적으로 지공거사를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돈을 내는 게 마땅하다는 이유에서다. 
  
지하철 무료 탑승은 1984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개통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당시 대한노인회장이 전 대통령의 장인이어서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다. 노인복지 정책이 없다시피 했던 상황인지라 시작단계부터 파급력이 컸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기준과 원칙은 처음 그대로다.

지공거사 ‘무형의 효과’ 커…“무임승차는 혜택 아닌 당연한 보상”

지공거사에게는 무료 승차에 따른 경제적 혜택 못지않게 신체적, 정신적 부수효과도 크다. 지하철로 움직이다보니 많이 걷게 되고, 그 만큼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동년배들과 어울려 지하철로 가고 싶은 곳을 부담 없이 찾아가는 재미와 만족감도 쏠쏠하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무형의 혜택’이다. 

따라서 노인복지의 주춧돌로 자리 잡은 지공거사 제도를 함부로 건드리는 일은 삼가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문제다. 지공거사 도입 당시 65세 이상은 전체인구의 4.1%였다. 그런데 2020년 말에는 16.4%로 늘어났다. 2025년에는 20%를 돌파,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노멀’ 시대라고 한다.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게 기준과 표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에 맞게 일하는 나이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 아예 75세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 제기되고 있다.

사실 요즘 65세는 노인도 아니다. 노인정에서는 ‘새파랗다’는 취급을 받는다. 당사자들도 어르신 취급을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

이제는 지공거사의 연령 기준도 높이는 게 옳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70세로 상향조정하는 게 적절할 듯싶다. 다만 현재 연금 지급 방식이 그런 것처럼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이 기준이 아닌 소득 기준에 맞춰 무임승차 혜택을 주자는 의견도 다수다. 시간대 별로 공짜 이용을 제한하거나, 월 이용 횟수를 설정해주자는 주장도 논의 대상이다.

어떤 식으로든 공론의 장은 필요하다. 다만 지공거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들은 한창 시절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온 몸을 던쳤다. 이들에게 무임승차는 혜택이 아닌 당연한 보상일 수도 있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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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2022-05-09 14:04:58
개찰구 들어갈 때 삐빅~ 이 소리와 삑~ 소리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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