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포스코 '정체성' 논란..."최정우, '박태준 정신' 왜곡하는가?"
정권교체기 포스코 '정체성' 논란..."최정우, '박태준 정신' 왜곡하는가?"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2.05.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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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부당한 간섭·과도한 요구 없어져야" 직원들에 배포해 '물의' 
경북 포항 사회단체-시민들, "포스코 성장 역사 지우려 하나" 반발..."최정우 회장 물러나야" 촉구하기도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포스코, 본사 서울 이전 파동..."대선 직전 이런 일 벌이다니최정우 회장 도대체 정무감각 있나" 비판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포스코홀딩스(회장 최정우)가 최근 포스코에 씌워진 '국민기업'이란 멍에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직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3월에 치러진 대선 직전 지주회사 체제를 새로 만들면서 이 기회에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를 포항에서 서울로 옮기려 했다가 포항시민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포스코의 움직임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정치인들은 "대선 직전에 이런 일을 벌이다니, 포스코와 최정우 회장은 도대체 정무감각이 있기나 한거냐"는 비판도 많았다.

이달 10일 취임한 윤석열 정부가 가동한 지 지금 1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정권교체기의 보통 대기업이라면 더욱 행동거지에 몸조심을 했을 법 하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에 씌워진 국민기업이란 멍에를 이제는 벗어던져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배포했다가 더 큰 반발과 후유증에 지금까지도 시달리고 있다.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제목의 이메일 주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한 2.4%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 그런데도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없다'라거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서', '대일청구권 자금이 사용됐기 때문에', '정부의 보호와 육성으로 성장해서' 국민기업이란 주장이 아직도 나오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연금 투자정책에 따라 개별기업 지분이 달라질 수 있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상장사는 17개 사에 이른다. 무상 대일청구권 자금의 10%인 3천8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121억원)가 포항제철소 1∼2기에 건설됐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보유지분 매각으로 2천163억원이 환수됐고 제철소 건설에 사용된 유상 청구권 자금 8천870만 달러는 1996년까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했다. 또 정부는 기간산업 육성을 위해 철강뿐만 아니라 기계, 조선, 전자, 섬유,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 7개의 공업지원육성 관계 법률을 제정해 시장 보호와 금융지원 등을 했고 중화학공업 육성법에 따른 지원은 1986년 1월 종료돼 그 이후에 특혜를 받은 게 없다. 따라서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 포스코 애칭은 '국민기업'이 아니라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의 '국가 대표기업'이 돼야 한다."

포스코홀딩스측은 이 메일이 논란을 빚을 조짐을 보이자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음에도 여전히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국민기업이란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작성했다"고 언론에 설명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 범대위 "박태준 정신 왜곡 최정우 사퇴하라" 촉구...'최정우 퇴출!' 규탄대회 개최 예고

그러나 메일 내용이 알려지자 경북 포항의 사회단체와 시민들부터가 포스코가 포항시민과 국민 희생으로 성장해 온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13일 성명을 내고 "부모 세대의 피땀과 눈물,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거역하는 최정우 회장의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포스코는 시종일관 민족기업이고 국민기업이며, 설령 미래에 어떤 재벌기업이나 거대 금융업자가 포스코 지분을 압도적으로 인수하더라도 포스코에는 국민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 서울 신설,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설립, 포스텍 기부체납, 포스코교육재단 공립화 등은 박태준 회장과 창업정신 등 포스코의 역사와 전통과 정신을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정우 회장 사퇴를 위해 시민규탄대회 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범대위 관계자는 "범대위는 포스코의 역사와 전통과 정신에 대한 자긍심을 존중하며 그 자긍심이 '100년 기업 포스코'의 원천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면서 "범대위는 박태준 회장의 비전대로 더욱 친환경적인 국가기간 소재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승승장구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포스코, 또 하나의 도발적 조치 발표...매년 내던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을 올해는 아예 중단해 버려

이어 "자기 회사 역사와 전통과 정신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즉시 포스코홀딩스 회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퇴진을 촉구했다.

이 메일의 파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또 하나의 도발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매년 내던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을 올해는 아예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포스코교육재단 출연금은 2012년에만 해도 385억원에 달했던 것이 2019년 180억원, 2020년 120억원, 2021년에는 70억원 등으로 계속 줄어오다 올해는 아예 0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1971년 제철장학회로 시작해 2002년 포스코교육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재단은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인천 등에서 12개 유·초·중·고교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교육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교육보국' 이념을 내세워 설립 초기부터 직원 정착을 유도하기위해 교육사업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한다. 별도 법인인 포항공대(포스텍)를 비롯해 자율형사립고인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를 만들었고 공업 전문인 육성을 위해 포항제철공고를 세웠다.

이 조치 역시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시의회 자유발언을 통해 "포스코는 1995년 포항공대(포스텍)와 초·중·고등학교를 각각 다른 재단으로 분리할 때 도교육청에 운영비 부족액을 매년 출연하겠다는 각서를 냈고 각서는 도교육청에 보관돼 있다"며 "이 자료대로라면 포스코의 재정 자립화 추진은 도교육청과 한 약속을 종이짝 취급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돌출행동과 파문이 잇따르자 지난 5월16일에는 포스코의 생존 창립원로들까지 행동에 나섰다. 포스코 창립 때부터 근무하고 퇴직한 황경로 전 회장 등 원로 6명은 '현 경영진에 보내는 고언'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원로들, "최정우 회장에 직접 우리 의사 통보하려 했으나 극구 대면 회피...우리의 의견 공개"

이들은 "현 경영진이 포스코가 갑자기 더는 국민기업이 아니란 요지의 글을 직원들에게 배포해 큰 당혹감을 느꼈다"며 "대일청구권자금이 포스코의 뿌리란 사실은 그 돈을 언제 다 갚았느냐는 돈의 문제를 초월하는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의 문제로, 포스코 탄생과 성장에 선배들이 혼신의 힘을 쏟게 한 정체성의 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란 수식어는 일정 요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윤리적, 전통적 근거에 의한 것이므로 포스코가 민영화됐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현재 포스코에는 정부 지분이 없지만 포스코는 지난 50년 동안 국가경제와 우리 사회에 모범적인 기여를 통해 국민기업이란 인식과 기대의 대상이 돼 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외국인 주주가 절반이 넘더라도 포스코는 자랑스러운 국민기업"이라며 "몇 가지 빈약한 사유를 내세워 국민기업이 아니란 주장을 편다면 창업정신, 고난을 극복한 역사, 불굴의 도전정신을 한꺼번에 묻어 버리려는 심대한 과오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비, 설비교체 예산의 무리한 절감과 느슨한 안전교육으로 산재사고 급증이 우려된다"며 "올해부터 포스코교육재단 학교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우수 인재 유치와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명에 참여한 여상환 전 부사장은 "최정우 회장에게 직접 우리 의사를 통보하려 했으나 극구 대면을 회피해 우선 우리의 의견을 공개한다"며 "이번 고언에는 하늘에 있는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창립요원 34명 모두의 뜻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권교체 계기로 포스코 '흑역사' 재연?..."최정우 회장, 정치권 개입 반대 외치는 게 맞는 지 모르겠다"

포스코 원로들은 최근 산재사고 급증과 교육지원 소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정비 예산이나 설비교체 예산의 무리한 절감과 느슨한 안전교육 때문에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산재사고에 대해 종합제철공장에서 안전과 복지에 대한 적시적소 투자와 교육은 직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경영철학에서 비롯되며 이것 역시 '포스코 정체성의 유전인자'라는 점을 현 경영진이 새삼 명심할 것을 충고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경영진은 포스텍에는 '포스코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건학이념을 계승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금년부터 포스코교육재단 학교들에 지원을 중단한 것에 대해 그것이 포스코, 신사업분야, 미래기술연구원, 포스텍의 우수인재 유치와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차원에서도 재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또 다시 포스코의 '흑역사'가 재연될 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 주변에선 벌써부터 최정우 회장의 후임으로 전·현직 임원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론된다.

전직 중에서는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대표,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대표,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이, 현직 중에서는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른다.

포항시민단체인 시민공익연대 이호준 사무국장은 "부산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포스코 수장에 오른 최정우 회장이 이제 와서 정치권 개입 반대를 외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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