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면서 대외금융자산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들의 국채 매입 등으로 대외 채무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1893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조1784억달러보다 109억달러가 늘었다.

기업 등의 직접투자는 전분기보다 203억달러, 파생금융상품 120억달러, 대출·무역신용·현금 등 기타투자는 78억달러 증가했다. 

반면 전 세계 주가 하락과 미 달러화 강세 등으로 증권투자는 240억달러나 감소했다. 증권투자의 감소는 2020년 1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 1분기 경상수지가 흑자인 가운데 직접투자 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 "하지만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비거래 요인으로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대외금융부채는 작년 말보다 255억 달러 감소한 1조4933억 달러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118억달러 늘었지만, 주식투자는 주가 하락에다 원‧달러가치 하락 등 비거래 요인 때문에 622억달러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증권투자는 504억달러 줄어들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4억달러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작년말보다 364억 달러 증가한 6960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라는 것은 해외에 받을 돈이 줘야 할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1분기 대외채무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와 연초 국책은행의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 등 영향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3월말 기준 대외채무는 6541억 달러로 작년 말보다 217억 달러 증가했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는 102억 달러 늘어난 1749억 달러, 장기외채는 115억 달러 늘어난 4792억 달러이다. 

단기외채 증가는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33억달러)과 정부의 부채성증권(21억달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 30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정부 외 국내기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채무가 사상최대를 경신한 것은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등 부채성 증권 투자가 118억 달러 늘어난데다 국책은행인 수출입 은행이 외화채권을 발행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외지급능력과 외채건전성 지표는 다소 나빠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38.2%로 작년 말(35.6%)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단기외채비율은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6.7%로 작년 말(26%) 대비 0.7%포인트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외채비율이 늘어난 것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 나쁘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외채비율이 70%에 달했던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대외 지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단기외채비율을 잘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1분기 말 대외채권은 1조789억달러로 작년말보다 5억달러 감소했다. 단기 대외채권은 59억달러 증가한 반면, 장기 대외채권은 63억달러 감소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222억 달러 줄어든 4257억 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