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궁즉통(窮則通) 각오로 퍼팩트 스톰 극복하자
위기를 기회로...궁즉통(窮則通) 각오로 퍼팩트 스톰 극복하자
  • 권의종
  • 승인 2022.05.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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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경제의 틀 혁신해 경제효율 높이고... 비교우위 성장모델 발굴로 산업구조 일신해야

[권의종 칼럼] 경제용어 중에는 자연과학에서 유래된 것들도 있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도 그중 하나다. 원래 의미는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2011년 6월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13년 미국의 더블 딥,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퍼펙트 스톰이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국 경제에도 퍼펙트 스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강도 높은 긴축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 경제와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나친 위기의식은 곤란하나,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만에 하나 위기가 현실화하면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국내경제가 심상찮다.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뛰는 3고(高)의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종 경제지표가 경고음을 울려댄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8%. 13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상승률 4%를 넘어섰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1년 전인 작년 4월보다 9.2% 뛰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본다. 금리도 연일 뜀박질이다.

국내적으로 가계부채, 대외적으로는 공급망 대란이 한국 경제를 안팎에서 옥죈다. 가계부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돈 풀기 등으로 지난해 말 1,862조 원에 이르렀다. 소비 위축과 대출 부실 위험을 키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조짐이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도 위협이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기를 둔화시켜 스태그플레이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대란은 더 심해지고 장기화할 거라는 예상이다.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경기 침체에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뛰는 3고(高) 복합위기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도 한국 경제에 치명적 악재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이 벌어지면 큰일이다. 문제가 심각해진다. 글로벌 자금이 국내 시장을 빠져나가 환율 급등과 증시 폭락으로 이어질 게 걱정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1.00%. 월가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최소 두 차례 더 밟으면 미국 기준금리는 2.25% 수준에 이르게 된다. 

지금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다. 그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다. 외화보유액에 여유가 있고,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할 때가 아니다. 4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493억 달러.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의 권고를 참조해 추산한 적정 외환 규모인 6,81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국가 신인도 역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과거 위기와는 원인부터 판이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였다. 선진국이 신흥국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있었다. 수출도 잘 됐다. 94~97년 483억 달러의 경상 적자가 외환위기 이후 98~99년 616억 달러의 흑자로 반전됐다. 재정 여유도 있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동원이 가능했다.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11.4%에 그쳤다. 지금은 어떤가. 올해 들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작년 말 국가채무비율이 47%로 치솟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도 또 다르다. 그때는 물가가 높지 않았다. 되레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이었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했다. 미국은 1년 새 기준금리를 5.25%에서 0~0.25%로 내렸다. 한국도 금융위기 직후 5개월간 기준금리를 5.25%에서 2%로 낮췄다. 2009년 0.7% 성장률이 2010년 6.5%로 V자 반등하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고물가 시대라 돈 풀기가 어렵다. 금리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더 올려야 하는 판이다.

위기의 원인을...대외적 요인보다 우리 경제에 내재하는 본질적이고 구조적 요인에서 찾아야

현재로서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어려울수록 그나마 원론적 대응이 유효할 수 있다. 장단기적 접근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급선무는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급증하는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일이다. 금융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 위험을 통제하고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외환 수급 여건 악화, 외국인 자금이탈 등 외환시장 불안 요인을 잠재워야 한다.

금리 상승과 자산 가격 조정에 따른 취약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등으로 금융소비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경제 워룸이나 비상 대책기구 등 상황 점검과 긴급 대처가 가능한 위기관리 체계 가동도 필요해 보인다. 

그래봤자 우선 둘러맞추는 임시변통이다. 중장기적 대책도 함께 세워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위기의 원인을 대외적, 상황적 요인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답이 없다. 우리 경제에 내재하고 있는 본질적이고 구조적 요인, ‘경쟁력 위기’ ‘시스템 위기’의 문제의식으로 접근해야 해법을 구할 수 있다. 

낡은 경제의 틀을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연구개발, 기술혁신, 규제 완화,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경제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지금의 제조업 수출을 대체할 비교우위의 성장모델 발굴 등으로 산업구조를 일신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궁한 처지에 이르면 도리어 펴나갈 방법을 찾게 되는 법. 어떤 고난이 있어도 주저앉지 않고 노력하면 그 궁함이 반드시 통할 것이라는 궁즉통(窮則通). 위기 시대를 일깨우는 탁월한 일갈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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