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오리·오리알 등 고의 감축·폐기해 가격 올려...가격 담합 통해 2016년 영업이익 2.85배 늘어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판매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최대 540만 마리의 오리를 폐기하는 등 방법으로 생산량을 감축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담합행위가 서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그동안 육계(치킨), 삼계(삼계탕), 토종닭(백숙) 등 '닭고기 담합'을 순차적으로 적발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오리 신선육의 가격·생산량을 서로 짜맞춘 9개 사업자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6일 이러한 담합행위를 벌인 오리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 9개사, 오리협회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2억36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9개사는 2012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의 가격, 생산량을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담합은 9개 사업자들이 가입돼 있는 오리협회 내 계열화협의회, 계열화 영업책임자 회합 등을 통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정다운, 주원산오리, 삼호유황오리, 모란식품, 유성농산, 성실농산 등 6개사는 2012년 4월 12일 사육농가에 투입하는 '새끼오리 입식 물량'을 감축하는 방법으로 오리 신선육 생산량 제한에 합의했다.
또 참프레, 다솔, 정다운, 사조원, 주원산오리, 삼호유황오리, 모란식품, 유성농산, 성실농산 등 9개사는 2016년 1월 13일·4월 8일·11월 10일 총 3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의 생산 원자재인 '종오리·종란(오리알)'을 감축·폐기하는 방법으로 생산량 제한에 합의했다.
이들은 오리 신선육 판매가격의 상한을 두는 등 가격담합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 프레, 다솔, 정다운, 사조원, 주원산오리, 삼호유황오리, 유성농산, 성실농산 등 8개사는 2016년 1월 13일부터 2017년 8월 10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 기준가격 인상, 할인금액의 상한을 합의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이들은 오리 신선육 판매가격을 상승시킬 목적으로 생산량 제한 효과가 큰 종오리 감축을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줄어드는 육용오리 생산량 예상 규모가 약 430만~540만 마리에 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를 결정한 오리협회도 제재하기로 했다. 오리협회는 구성사업자를 대상으로 2012년 4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새끼오리 입식량과 종오리를 감축하거나, 종란을 폐기하기로 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정부의 오리 신선육 생산 조정·출하 조절 명령은 이루어진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들이 종오리 감축·종란 폐기 등 생산량 감축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자조금을 받았어도, 그 근거 법률인 '축산자조금법'은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자들과 오리협회는 농식품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오리수급조절협의회'에서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이미 먼저 생산량 제한을 합의하거나 이를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정위는 9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0억1200만원을 잠정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리협회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2400만원을 내도록 했다.
한편 이번 담합행위를 제재하는 데 있어 핵심은 9개사, 오리협회의 담합행위가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해당되는 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정부의 생산조정, 출하조절 명령이 없었다는 점 △농림축산식품부가 참석하는 '오리 수급조절협의회'에서 종오리 감축·종란 폐기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생산량 제한을 합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로 판단했다. 특히 이들이 벌인 가격담합은 수급조절 영역에 속하지 않고, 이를 허용해 주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과장은 "시장점유율 92.5%를 차지하는 사업자들과 이들이 구성 사업자로 가입된 오리협회가 장기간에 걸쳐 가담한 법 위반 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국민 먹거리·생필품 등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는 종계(부모 닭), 삼계(삼계탕), 육계(치킨), 토종닭(백숙) 판매시장에서의 담합 등을 제재해왔는데, 국민식품인 닭고기·오리고기 등 가금육을 대상으로 한 법 위반 행위가 (앞으로)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