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동종교배 ‘모피아’로는 규제개혁 안 된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동종교배 ‘모피아’로는 규제개혁 안 된다
  • 김명서
  • 승인 2022.06.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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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출신 인재들의 혁신적 바람으로 생태계 바꿔야

[김명서 칼럼] ‘생태계 무법자’ 황소개구리 수가 확 줄어들었다고 한다. 어떤 서식지에서는 아예 씨가 말랐고, 어떤 서식지에서는 개체수가 50분의 1 이상 감소했다. 과장 좀 하자면 지금 상황은 멸종 위기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황소개구리가 뉴스를 탄 지도 꽤나 오래된 듯하다. 생태 교란자, 파괴자로서의 뉴스 가치를 상당 부분 상실했기 때문이다. 

개체 감소의 이유로는 우선 생태계의 자율 조정기능이 꼽힌다. 다양한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의 천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왜가리 등 조류에다 수달‧너구리 등에게 만만한 먹잇감이 돼 버렸다. 올챙이는 메기나 가물치 등 토종 물고기들이 즐기는 식사 거리다. 

동종 포식을 하기도 한다. 서식지에서 먹이가 부족할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나면 자기들끼리 잡아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이유는 동종‧근친 교배다. 저수지 등 한정된 공간에서 끼리끼리 짝짓기를 계속하면서 악성 유전자가 대물림 됐고, 생존 능력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 구조로는 환경호르몬 등 오염물질에 제대로 적응할 수가 없고, 그러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몸집이 초기 때보다 작아져 쉬운 먹잇감이 된 것도 동종‧근친 교배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간사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과거에도, 현재도 동종‧근친 교배에 빗댈 만한 폐해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권력 등 공적 영역에서는 편파‧편중 인사가 대표적이다. 끼리끼리 울타리를 쳐놓고 특정 집단에게 우선해서 자리를 배려한다. 그러면서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권력의 단물을 챙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국가적 위기를 부를 만큼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를 놓고도 동종교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출신 다수가 내각과 권력기관 요직에 임명된 데 대해 야당은 “검찰 공화국을 향한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모피아’ 출신이 경제 분야 뿐 아닌 일반 부처 요직까지 차지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어약자인 ‘MOF’와 범죄 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제관료 집단을 일컫는다.

검찰 출신 독주는 분명 우려의 대상이다. 권력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개연성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공직사회 전반을 경직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해줄 만한 측면도 있다. 윤 대통령이 평생 검사로만 지내왔고, 그러다보니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검찰 중심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자리가 잡히면 인재풀도 커지고 발탁 대상도 다양해지면서 ‘검찰 독식’ 우려는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본다. 새 정부가 갓 출범한 데 따른 과도기적 성격이 강하고, 시간이 해결해줄 법하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모피아, 권력 부침에 상관없이 기득권 아성 견고히 지켜

그러나 모피아 편중 인사는 결이 다르다. 이는 수십 년에 걸쳐 고착화된 기득권 엘리트 관료 집단의 문제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끼리끼리 자리배분을 하는 게 전형적인 모피아식 인사다. 정권이  수차례 바뀌며 권력의 부침이 이어졌지만 모피아 아성은 강건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과 금융위원장이 모피아 출신에게 돌아갔다. 관세청장 등 외청장과 비경제부처 차관 여러 자리도 그들의 몫이 됐다.   

그렇다고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두드러지게 기여한 것도 없는 것같다. 혹시라도 줄 잘못 섰다가 불이익을 받을까봐 웬만한 일엔 입도 뻥긋 안 하는 게 관료 출신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런데도 개국공신처럼 대접을 받고 있다. 다 차려진 밥상에 뒤늦게 숟가락 들고 달려드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정책 방향은 규제 완화와 민간 주도 성장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임기 중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에 맞춰 이 달 중 경제분야 규제혁신TF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역대 정부 누구도 개선하지 못했던 어렵고 복잡한 규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규제 혁신은 30여년 전부터 정권마다 되풀이해 온 단골 메뉴다. 그러나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하나를 없애면 두 개가 늘어나는 악습이 되풀이 돼 왔다. 

규제는 관료에겐 권력이고 밥줄…“규제 완화에 수동적이고 눈치보기로 일관”

실패의 큰 원인은 모피아를 비롯한 관료들이다. 관료는 규제를 만드는 장본인이다. 관료의 존재감은 규제를 통해 더욱 부각된다. 규제는 관료에게 권력이고 밥줄일 수도 있다. 관료들은 규제 개혁에 수동적이고, 눈치보기로 일관해 왔다는 비판을 오랜 세월 받아 왔다. 잘해봐야 본전이고,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 뿐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그런 관료들이 다시 규제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한다. 규제혁신TF의 팀장을 경제부총리가 맡고 경제부처 장관 모두를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모피아 출신 일색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겠다는 것처럼 여겨진다. 

비판론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모피아 출신인 고위 관료들은 규제의 틀안에서 안주해온 ‘늘공(늘 공무원)’들이다. 윗사람 구미를 맞추는 데는 선수들이다. 보고를 잘하며, 임기응변식 처신이 좋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식 변신에 탁월하다. 규제 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로 미루어 이번에도 60점 수준의 역할은 할 것이다. 하지만 90점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해법은 외부 수혈이다. 신선하고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발탁해 규제 개혁을 주도할 중책을 맡겨야 한다. 인재는 민간에서 찾는 게 순리다. 지금 민간의 역량은 관료 사회를 훨씬 뛰어 넘는다. 웬만한 기업의 CEO는 박사학위가 기본일 만큼 민간의 인력풀은 고도화 돼 있다. 

전례로 미루어 규제 개혁은 사람의 문제다. 누가 이를 주도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 좌절의 중심에 섰던 모피아 출신만으로는 원점을 맴돌 공산이 크다. 각계 인재들로 짜여진 ‘민간 천적’을 통해 모피아의 동종교배 사슬을 끊어야 한다. 

황소개구리의 동종교배는 스스로의 생존력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모피아는 오랜 기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성이 강해질 대로 강해진 상태다. 외부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운으로 생태계를 뒤엎어주어야 한다. 규제 개혁의 최우선 순위는 동종교배를 무너뜨릴 이종교배가 되어야 한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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