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기초-개인연금, 연금저축, 실업급여...윤 대통령 알고 있나
불합리한 기초-개인연금, 연금저축, 실업급여...윤 대통령 알고 있나
  • 권의종
  • 승인 2022.06.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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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맛 떨어지게 하는 정책과 제도 일하지 않는 사회는 발전 불가능...아무리 복지가 필요해도 노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보다 유리해서는 안 돼

[권의종 칼럼] 솔직히 말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편히 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도 일로 하면 재미가 없다. 국회의원은 선거만 없으면 할만하고, 목사는 설교만 없으면 힘들 게 없다. 학생은 시험만 안 보면 되고, 교수는 강의만 안 하면 지낼 만하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취미로 하면 즐겁지만 선수로 나서면 인내와 고통의 연속이다. 

젏은이도 일하기는 싫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 대한 관심이 높다. 파이어족은 30대 후반 혹은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공격적인 투자로 목돈을 만드는 등 경제적 독립을 꾀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를 보면 20·30세대 중 '30·40세대에 은퇴하겠다'는 비율이 6.4%에 이른다. 

노인도 편히 살고 싶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정부 발표는 딴 나라 얘기 같다. 노후 준비를 못 하다 보니 노구(老軀)를 이끌고 노동을 해야 하는 노년층이 적지 않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4%,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OECD 평균의 3배 수준이다. 젊어서 과다한 자녀 교육비 지출, 높은 주거 비용 등으로 돈 모으기가 어려웠다. 

노년 무전(無錢)을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복지국가를 자처하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이들의 소득 창출을 도와야 한다. 이런 국가적 책무가 그동안 충분치 못했다. 일자리 수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질도 허접했다.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정책과 제도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노년 빈곤 해소는 국가적 책무...노년층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이들의 소득 창출 도와야 

기초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낫다. 만 65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에게 주는 기초연금 월액은 30만7,500원. 이에 비해 국민연금 수령액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가령 소득월액이 200만 원, 가입 기간이 10년인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월 수령액은 24만230원에 그친다. 매월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받는 국민연금이 거저 받는 기초연금 만도 못 하다. 더구나 정부는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려줄 것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혔다. 

기초연금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전체 노령인구 소득 평균 70% 이하에 들지 못하면 그마저 받을 수 없다. 소득 하위 70% 소득인정액(소득+재산) 기준은 단독가구 180만 원, 부부가구 288만 원. 이를 넘지 않아야 한다. 세금에서 주는 돈을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은 못 받고, 적게 낸 사람만 받게 되는 셈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일수록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왠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 하위 70% 노인도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이는 ‘국민연금 연계감액 제도’ 탓이다. 은퇴생활자 처지에서는 단돈 몇 푼이 아쉬운 판에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기초연금이 감액되는 건 온당치 못하다는 주장.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내고 싶어 낸 것도 아니고 강제로 가입한 터라 더욱 억울할 노릇이다. 

연금저축도 불합리하다. 연금 기능에다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꼽힌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판매되며 최소 5년 이상 납입하고 만 5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연간 납입금액 400만 원을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합산하면 700만 원까지 공제된다. 정부는 연금저축 600만 원, 퇴직연금 포함 900만 원으로 한도를 높일 계획이다. 

불합리한 정책과 제도는 빨리 고치고...개혁과 혁신은 구악(舊惡)의 정상화부터 시작돼야

노후 소득 보장 수단으로 좋아 보이나 실은 그렇지 않다. 연금을 받을 때 높은 소득세가 부과된다. 만 55세 이상 5.5%, 만 70세 이상 4.4%, 만 80세 이상은 3.3%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세율이 연금수령 총액, 즉 원금과 운용수익을 합한 전체 금액에 적용되는 점이다. 이자소득세처럼 이자에만 붙는 게 아니라 가입자가 낸 돈에도 다시 세금이 붙는다. 연금소득세율 5.5%를 이자소득세율 15.4%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에는 운용수익이 높지 않아 정부에 내는 세금, 방카슈랑스 판매 은행이나 보험설계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보험사 몫인 사업비를 빼고 나면 실제 연금수령액이 납입액보다 적을 수 있다.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넘으면 세율이 6~38%인 종합소득세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이쯤 되면 세금을 아끼는 ‘절세(節稅)’가 아니라, 세금으로 도둑맞는 ‘절세(竊稅)’가 된다. 가입자가 낸 돈을 정부와 은행, 보험사가 공동으로 편취하는 사악한 구조다. 

실업급여도 일할 맛 떨어지게 한다. 고용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구직급여 수급액이 최저임금 금액을 웃도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다.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은 월 191만4,440원(주휴시간 포함 월 209시간 근로)인데 비해, 1일 구직급여 상한액은 6만6,000원, 월 30일 기준 198만 원이다. 놀며 받는 돈이 일해서 버는 급여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힘들게 일하고 싶겠는가. 정부가 나서서 ‘일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거나 진배없다. 

불합리한 정책과 제도는 어서 빨리 고쳐야 한다. 개혁과 혁신은 구악(舊惡)의 정상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빈곤 해소와 실업 구제 등 복지 제도가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노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보다 유리할 순 없다. 일하지 않는 개인과 사회, 국가가 성장하고 발전한 예가 없다. “일하기 싫은 자, 먹지도 말라”는 1세기 그리스도교 전도자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에 가한 심한 질책. 지금 우리에게는 엄한 핀잔으로 와닿는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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