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이 24일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를 표명한 9명은 정 청장 외에 서승진 해경청 차장(치안정감), 김병로 중부해경청장(치안정감), 김용진 기획조정관(치안감), 이명준 경비국장(치안감), 김성종 수사국장(치안감), 김종욱 서해해경청장(치안감), 윤성현 남해해경청장(치안감), 강성기 동해해경청장(치안감) 등이다.
정 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저는 이 시간부로 해경청장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최근 우리 조직에 닥쳐온 위기 앞에서 부족하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우리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이 주요 근거라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전 자주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었다는 점도 월북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기존 발표 내용을 번복했다.
정 청장은 지난 22일에는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 청장은 "해경의 수사 발표로 혼선을 일으키고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한 해경 직원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당혹스럽다"면서도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월북이라고 섣부르게 단정한 뒤 결과를 사실상 바꾼 책임을 지휘부가 진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