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p인상,연말 3% 합리적
한은,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p인상,연말 3% 합리적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07.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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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75→2.25%…작년 8월이후 10개월새 1.75%p 뛰어.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환율상승 위험도 고려한 듯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은 총재가 13일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은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앞으로 소비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총재 "금리 0.25%씩 점진 인상...연말 2.75~3.00%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흐름이 전망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두 번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연내 빅스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를 묻자 "물가상승 전개과정이 앞으로 몇달은 6% 조금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3분기 후반부터 약간 상승세가 꺾인다는 가정하에 (이번) 0.5%p 인상을 통해 물가상승세 기대를 낮출 것이라고 봤다"며 "이 흐름대로 가면 0.25%p씩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전망에 대해서도 "물가상승세가 높아서 지금 기대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 아래가 될지, 3.0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유가,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1970년대 1~2차 유가 파동 이후 물가와 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6%,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며 "이러한 고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통해 상당한 경기침체의 고통을 경험하고서야 꺾였다"고 말했다.

◇금통위 "당분간 물가 6%↑,금리인상 기조유지"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3.1%에서 4.5%로 크게 높여 잡았다. 이는 8월에 다시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 올리겠다는 뜻이다.

금통위는 금리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리인상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0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다. 이어 같은 해 5월28일 추가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이날까지 최근 약 10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차례, 0.50%포인트 한차례를 합쳐 모두 1.7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통위가 통상적 인상폭(0.25%포인트)의 두배인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다.

◇24년만에 최고 물가상승 차단 급선무

금통위가 이처럼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당장의 물가급등 뿐아니라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매우 강한 점도 한은으로서는 방치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폭은 2008년 통계 작성이래 최대 기록이다.

물가에 대한 심리적 눈높이가 뛰면,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춰 상품·서비스 가격과 임금인상에 나서면서 한단계 높아진 물가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우려가 있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도 지난달까지 다섯달 연속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9.7%에 이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통위 회의에 앞서 "6%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수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한은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빅 스텝으로 강한 물가안정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빅 스텝에는 임박한 '한국·미국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4∼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이후 28년 만에 처음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통위 이전에 "한은으로서는 0.25%포인트만 올렸을 때 한미 정책금리 역전시점이 앞당겨지고, 역전폭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환율에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전망이 이미 반영된 것 같은데, 실제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면 환율은 더 올라가고 수입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일단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까지 커졌다.

하지만 연준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포인트 높아지는 역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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