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과 여름휴가, 그리고 독서
‘코로나 재유행’과 여름휴가, 그리고 독서
  • 조석남
  • 승인 2022.07.15 15:3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석남의 에듀컬처] 장마 속에서도 초복은 어김 없이 찾아왔고, 어느덧 피서철이 다가왔다. 한 그룹에서 휴가철을 맞아 전체 계열사 임직원 1,119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90.6%가 ‘올해 여름휴가를 다녀올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설문조사 결과인 74.6%보다 16.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코로나 재유행’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이 올해 여름휴가에서 가장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대다수가 여름휴가의 목적으로 ‘정신적 안정·신체적 휴식’과 ‘독서, 공부 등의 자기계발’ 등을 꼽았다. 이에 맞춰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휴테크’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휴테크’란 ‘휴가’(休)와 ‘테크닉’(Tech)의 합성어로 ‘휴가로 생긴 여가시간을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창의성을 키우며 자기계발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휴테크’에서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독서이다. ‘진정한 휴식은 번잡한 일상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할 때, 평소 읽고 싶었으나 일에 쫓겨 읽지 못했던 책들을 꺼내 느긋하게 읽는 모습이야말로 휴가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현들은 여행과 휴가를 책읽기의 방편으로 많이 활용했다. 『청장관전서』에는 이덕무가 구양수의 문집을 싸들고 북한산으로 향하는 친구 이중오에게 써준 글이 실려 있다. 글귀 중에 ‘산수 중에서 맑고 시원하기로 북한산만한 게 없으니, 구양수의 글을 읽는 데 북한산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느냐’는 말이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세종, 성종과 같은 임금들은 집현전과 홍문관 관리들에게 독서 휴가를 주는 ‘사가독서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연암 박지원은 사촌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옷을 벗거나 부채를 휘둘러도 불꽃 같은 열을 견뎌내지 못하면 더욱 덥기만 할 뿐’이라며 ‘책읽기에 착심(着心)해 더위를 이겨나갈 것’을 권고한다.

’책읽기를 뜻하는 한자말에는 ‘독서’ 말고도 ‘간서(看書)’, ‘피서(披書)’ 등이 있다. 독서가 보통 정독이나 숙독처럼 정신을 몰두해 하는 책읽기를 말한다면, 간서나 피서는 가벼운 책읽기에 가깝다. 철학, 역사서와 같은 딱딱한 책보다는 소설, 추리물에 어울리는 독서법이다. 이렇다보니 무더운 여름철의 책읽기는 독서보다는 ‘피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휴가로 주어지는 여가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농사를 짓는 땅도 봄, 여름, 가을 열심히 일을 하고 겨울에는 휴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듯이 배움을 통한 휴식 과정을 거쳐야만 지속적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인파가 북적거리는 복잡한 휴가보다 ‘쉼’과 ‘회복’을 주제로 책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휴가가 됐으면 한다.

이웃이 힘들 때 고개 돌리고 흥청망청할 게 아니라 자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름 휴가철마다 ‘읽을 만한 책’ 목록이 나오지만, 여행 가방에 책을 고이 챙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친구가 올린 맛집 사진도 즉시 확인하고, 최신 연예 소식도 알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수영복과 자외선 차단제 사이에 책 몇 권은 꼭 넣어갔으면 한다. ‘책은 배반을 모르는 인간 사상의 친구’라고 한다. ‘사상의 친구’와 그래도 가깝게 할 수 있는 때가 휴가철이다. 일상의 권태를 씻어내는 것도 피서길에서다.

'고갈된 지력(知力)의 재충전'이라면 한해의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는 요즘이 특히 더 중요하다. 문제는 휴가를 줘가며 독서를 권할 만큼 멋진 리더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기 휴가중 평소 눈여겨 봐뒀던 책을 몰아서 읽는 수밖에 없다. 독서휴가, 또는 '북캉스'를 계획해 보라는 얘기다. 교통체증에 적지 않은 비용, 휴가 후의 허탈감 등을 피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추스르는 방법으론 그만한 게 없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