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우리은행 직원 횡령 697억원…"행장,회장까지 내부통제 미흡"
'점입가경' 우리은행 직원 횡령 697억원…"행장,회장까지 내부통제 미흡"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07.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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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검사결과,'OTP·직인도용' 무단결재·출금에 출금요청 허위공문으로 횡령
10년간 같은 부서 근무·1년여간 무단결근…결재문서는 수기라 진위 확인못해
검사결과 브리핑하는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
검사결과 브리핑하는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우리은행 직원이 8년간 횡령한 금액이 무려 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직원은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을 했고, 파견 간다고 속이고 1년여간 무단결근을 하는 등 일탈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횡령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내부통제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은행과 사건관련 임직원 등에 대한 엄중한 제재조치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검사에서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기소할 당시의 횡령금액(614억원)보다 83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에서 우리은행에 검사를 수차례 나갔지만, 횡령사고를 적발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금감원의 검사는 건전성 등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개별건에 대한 적발은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이번 사고의 관련자는 팀장, 부서장이 될 수도 있고 임원, 행장, 회장까지 갈 수도 있지만 관련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는 내부통제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27일 우리은행으로부터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에 대한 6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받은 뒤 바로 다음 날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잠정 검사결과에 따르면 이 직원은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A사의 출자전환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용해 무단결재한 뒤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공·사문서를 위조해 3회에 걸쳐 횡령했다. 이 직원은 2012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횡령액의 3분의 2가량이 이 직원의 동생 증권계좌로 유입돼, 주식이나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친인척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고의 원인에 대해 사고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나, 사고를 미리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 직원이 직인과 비밀번호를 도용하거나 각종 공·사문서를 여러차례 위조해 횡령에 이용한 것으로 금감원의 검사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10년간 장기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데다, 명령휴가 대상에도 한번도 넣지 않았다.

대외기관에 파견간다고 허위로 구두보고를 한 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년 넘게 무단결근한 것과 대내외 문서의 등록 및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직원이 과거에도 대외기관에 잠깐씩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은행에 이 기관에 파견간다고 속이고 1년 넘게 나오지 않은 사실이 검사과정에 드러났다"면서 "이에 대해 우리은행도 전혀 몰랐다며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아 이 직원이 정식 결재없이 직인을 도용해 횡령할 수 있었다. 이 직원이 8차례 횡령 중 4차례는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수기결재 문서라서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꾸민 출금전표 및 대외발송 공문의 내용이 결재문서 내용과 다름에도 파악하지 못했다. 또 출자전환 주식의 출고신청자 및 결재 OTP 관리를 분리하지 않고, 이 직원이 동시에 담당하도록 해 무단인출을 방조한 점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와 관련해 은행이 보유한 출자전환 주식의 실재여부에 대해 부서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본부 부서의 자행명의 통장의 거액입출금 거래를 이상거래 발견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점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사고자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횡령한 직원과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 및 부당행위에 대해선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거액의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경영실태 평가시 사고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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