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라는 굴레...이제 '우영우'를 보면 기다려주시길
자폐아라는 굴레...이제 '우영우'를 보면 기다려주시길
  • 이영미
  • 승인 2022.07.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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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들은 본능적으로 장애인을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거나 선입견을 갖게 되는 듯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아직은 몰라...그러나 중요한 건 누구나 사람은 같다는 점

[이영미 칼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흥행으로 갑자기 대세가 되어버린 소재와 키워드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요 최근에 우리 둘째 아이도 병원에서 자폐 진단을 받았다. 경증이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공식적인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가족이 되고 진단도 받게 될 것이다.

지지난 주만 해도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나를 위로할 사람을 찾고 뭘 해야하나, 어디를 가봐야 되나 혼란만 겪었다.이미 28개월부터 등에 업고 언어치료를 시작했고, 감각통합, 놀이치료, 인지, 그룹치료에 음악까지 센터와 복지관 3~4군데를 다니고, 있지만, 걱정이 앞서는 마음, 등에 돌덩어리를 하나 지고 사는 기분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가진 자폐를 간단하게 설명하자하면, 뇌의 어느 일부분 어느 구간의 기능이 느린 거라고 한다. 그림을 따라 그리는 걸 잘 하지 못하고 선을 하나 빼 먹거나 흐트러지게 그린다. 우리가 말을 배우고 사회생활을 배우는 과정은 뇌가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그것을 뇌에서 따로 받아들였다가, 종합적으로 다시 분석하여 판단을 내리는 아주 복잡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는 다시 분석하는 과정에서 종합화를 잘 못해서 미세한 단서들을 포착하지 못해 상황 판단이 잘 안된다. 엉뚱한 말을 하고 혼잣말을 하고 놀거나 자기 하고싶은 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고 해서 부모를 애 먹이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하고 읽고 쓰고 계산하는 등 수업과 학교생활은 보통에 가깝게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친구들 사이에서 미묘한 감정이나 분위기의 흐름을 놓쳐 눈치없는 소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우영우가 학창시절에 못된 친구의 쪽지를 받고 자기를 곯려줄 의도인 걸 눈치 못 채고 ‘선생님은 어디서 쌍수를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있는 그대로 던져버리는 것처럼.

자폐스펙트럼은 2천7백가지가 넘는 행동의 유형이 있다고 들었다. 보고된 것이 그 정도이니 그 이상 될 수도 있다.

최근에 내 둘째 아이도 병원에서 자폐 진단...우리 집은 '장애인가족' 돼

다행인지 최근이 이런 발달의 문제를 여러 방식으로 치료할 시설도 늘어났고, 일반 초등학교에서도 '도움반'과 특수 교사를 배치해 적응에 도움을 준다. 병원의 진단은, 아이가 해당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행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해 점수가 0이나 매우 낮은 점수로 나오기 때문에 숫자 자체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 아이가 어떻게 어떤 사람으로 발달해 가는 지를 예측하는 일은 의학의 영역이 아니라서 검사 시점의 상태로만 점수를 내는 측면이 있다.

우영우가 이 사회에 던진 울림은 매우 크다. 논란의 여지도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게 뛰어나 일반 사회에 아름답게 적응한 장애인은 거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거다. 진짜 사람들은 이런 '조금 느리고 눈치 없고 엉뚱한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영화 '레인맨'에 나온 더스틴호프만. 영화가 그를 다룬 방식은 그거였다. 고기능성 장애로 기억력은 천재적이고 행동은 어린아이같은 어른. 그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으로 톰크루즈의 어린 날 추억 속의 사람으로 포장했다. 순수함과 귀여움. 오래 전 '베니와 준'에서는 자폐인을 조금 더 섬세하게 그리긴 했다.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는 동작에서 안주머니가 딸려나와 그 동작을 반복하는 조니뎁. 그런데 늘 입고다니는 특이한 복장과 어울려 그를 ‘마임’연기나 개그를 하는 연기자인줄 알고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구경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폐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오는 모습이지만, 종국에는 자폐인 조니뎁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런 일종의 ‘연기’를 해서 그녀를 지켜준다.

자폐인도 성장하고 사랑하고 슬퍼한다. 당연하다. 그들도 ‘사람’이니까. 순수하고 귀여우니까 위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도 똑같으니까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우영우도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성장과 ‘사랑’의 이야기가 부각되는 것 같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그보다는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더 보고싶다.

다만, 장애가 있으니까 순수하고 때묻지 않아 귀엽다는 오해를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바라는 건 ‘기다려 달라’ 때로는 ‘무시해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렵지는 않다. 우영우가 변호를 하는 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약자를 돕기 위해서이기보다 (저절로) 외는 법리에 충실하고 원칙을 적용하는 걸로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들, 이런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

법리의 적용이 현실적이면서 절묘하여 묘사를 잘 했다는 평가도 봤는데 나의 바람은 그것과 상관없이 이랬으면 좋겠다. 우영우가 '그냥 살아가'게 했으면 좋겠다. 도와주는 건 약간만. 우영우도 사람답게 자기 유익을 추구하고 생활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줬으면 좋겠다.

오늘도 다녀온 장애인복지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 따라 유난히 울며 불며 계단에 서서 떼를 쓸 때였다. 자동반사로 손이 올라가려고 하는데 한눈에도 너무나 몸짓과 말이 어눌한 사람이 와서 내게 말했다.

'개, 갠차느세요? 도와드리까요?' 이렇게. 그 사람은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아마도 이 곳 복지관에서 배운 것 같지만, 언뜻 상식적으로 좀 모골이 송연하도록 부끄럽기도 했다. 그 사람들이 나를 도울 거라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비장애인들은 본능적으로 장애인을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거나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누구나 사람은 같다는 점이다.

우리 애는 노래를 잘한다. 글씨도 예쁘게 쓴다. 어떤 자폐아는 계산능력이 뛰어나다. 그 애들이 내린 커피도 맛있다. 자폐나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도 청소 잘 한다. 공부 뿐 아니라 어떤 자폐인은 말도, 변호도 잘 한다.

독일에 '당신한테 장애가 없는 건 당신이 선택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불편함이 있는 친구에게 내가 도움을 받은 순간 그 말이 떠올랐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크든 작든 병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들었다. 세상에는 이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불편하고 불안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과하게 신경 쓰거나 과하게 피하지 말고 그들대로, 생긴 대로 그대로 살아가게 보고 기다리는 것.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나무와 꽃과 숲이 인류 때문에 망가져 가고 결국 우리가 사는 지구 모두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다행인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들, 이런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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