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속 안심 안되는 ‘안심전환대출’...그래도 이름값 해야
금리상승 속 안심 안되는 ‘안심전환대출’...그래도 이름값 해야
  • 권의종
  • 승인 2022.08.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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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대가 치르며 추진하는 안심전환대출...“기대가 크나 걱정도 돼”

[권의종 칼럼]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내리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커지는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친다. 정부가 대출 부실화 확산과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민생안정대책’이라는 이름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원금감면,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마련했다. 안심전환대출도 시행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올해는 9월부터 4억 원 이하 주택의 변동금리 담보대출 금리를 전환하는 '우대형'이 지원된다. 내년부터는 주택 가격 9억 원까지 지원하는 '일반형'에 대한 전환이 이뤄진다.

우대형 지원대상은 제1·2금융권의 변동금리 주담대다. 주택 소유자의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2억5,000만 원을 한도로 보금자리론 금리 대비 최대 0.3%포인트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일반형은 소득제한이 없으며 5억 원 한도 내에서 보금자리론보다 0.1%포인트 낮은 고정금리로 바꿔탈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 규모는 올 하반기 25조 원, 내년 20조 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정부 재정에서 1,090억 원, 한국은행이 1,200억 원을 주금공에 출자하면 운용배수(50배)만큼 지급보증 여력이 늘어난다. 예정된 총 45조 원 규모의 대출이 공급되면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5월 기준 전체의 77.7%에서 72.7%까지 5.0%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면 금리 상승기엔 유리하나...금리 하락기엔 되레 불리할 수도

기대가 크나 걱정도 된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만기가 수십 년인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바꾸면 금리 상승기에는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금리가 대출 기간동안 고정돼 되레 불리해질 수 있다. 향후 금리 전망이 엇갈린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내년 하반기쯤에는 금리 상승세가 꺾일 거라는 예상도 있다.

변동금리 차주에 대한 특혜가 분명하다. 안심전환대출은 정부 보증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이 중간 마진 없이 제공된다. 시중 대출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내려가 차주가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더라도 정부가 그 공백을 책임지고 메워주는 보증을 선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지면 주금공이 시중금리보다 비싼 이자를 계속 물어야 한다. 그래서 재원이 필요하고 그게 재정 등으로 출자되는 구조다.

고정금리 차주에게는 역차별이다. 금리 상승에 대비하라는 정부 말을 믿고 높은 고정금리 주담대를 받은 차주로선 억울할 노릇이다. 정부가 이런 고정금리 차주는 외면하고, 금리 상승 위험을 무릅쓰고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에게는 때만 되면 변동금리를 낮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혜택을 준다. 안심전환대출은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고정금리 선택의 유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에게는 상처가 된다. 안심전환대출은 내 집을 마련한 ‘집주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용도에 한정된다. 이들보다 형편이 어려운 전·월세자는 대출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대출에서마저 차별을 당해야 한다. 전세대출은 6개월 변동금리 적용이 일반적이다. 금리 상승세를 고려하면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난다. 전세대출도 안심전환대출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고정금리 역차별, 무주택자 소외, 금리 상승, 통화정책 엇박자 등...역기능 감수하며 시행

은행도 손해를 본다.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돈 되는 알짜 고객을 빼앗기고 만다. 은행 수지가 자연 나빠진다. 은행으로선 취약 차주의 부실 위험을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변동금리로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또 고객이 빠져나간 만큼 다른 고객을 채워야 한다. 그러려면 은행들 간에 금리 인하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객을 선택할 소지가 커지게 된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 재원 조달을 위한 주금공의 주택저당채권(MBS)이 발행되면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의 여유자금이 정부가 보증을 서는 장기고정금리 상품 투자에 몰리게 된다. 이 경우 시중에는 자금 공급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곧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 출자도 짚어볼 문제다. 금융지원을 위한 정부 재정 투입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앙은행 출자까지 끌어들이는 건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드문 일이다. 한은법상 금융 안정 목적의 출자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발권력을 동원하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2015년에도 한은이 주금공에 2,000억 원을 출자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발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같은 일을 자주 하면 습관이 될 수 있다.

통화정책 면에선 엇박자다. 한은의 출자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걸로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맹자》의 표현대로, 오십 보나 백 보나 크기만 다를 뿐 잘못한 건 마찬가지다. 사상 첫 기준금리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긴축 모드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은의 출자는 발권력에 기댄 양적완화임이 틀림없다. 어찌 됐든 적잖은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대가를 치르며 추진하는 안심전환대출. 이름값을 톡톡히 했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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