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과 포용이 ‘국민통합’ 출발점...‘약자와의 동행’은 시대적 소명
관용과 포용이 ‘국민통합’ 출발점...‘약자와의 동행’은 시대적 소명
  • 조석남
  • 승인 2022.08.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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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위원회의 출범에 부쳐... ‘비참한 사람들’, 즉 ‘레 미제라블’을 따뜻한 인간애로 보듬어 안고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새 대통령과 여권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

[조석남의 에듀컬처] 지난 2008년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듀크대 과학자들이 껌 씹기 실험을 했다. 낙선자인 존 매케인을 찍은 사람들은 껌에 묻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뚝 떨어졌다. 꼭 자기가 경기에서 진 것처럼 불쾌하고, 불행하고, 식민지 민족이 된 느낌을 받는 이유가 자신감과 성욕의 묘약인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영향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실험을 한다면 감정이 풍부한 우리 국민의 특성상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올해 대선 이후 지금 한국 사회는 최고조의 가치 충돌과 세대ㆍ계층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를 넘기 위해선 권력자의 관용과 포용이 필요하다. 그것이 ‘소통’의 출발이요, ‘국민통합’의 출발이다.

지난 2013년 국내엔 ‘레미제라블 열풍’이 불어닥쳤다. 뮤지컬영화 사상 최다 관객에 세계문학 컬렉션의 『레 미제라블』은 새삼스럽게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레미제라블>의 흥행에서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2012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에게 표를 준 시민들에게 일종의 ‘힐링 무비’로 소비됐다는 사실이다.

대선 패배로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진 48%의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느낀 상실감과 그에 대한 위로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레 미제라블’은 우리말로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집필 당시 제목은 ‘레 미제레(Les Miseres, 비참함)’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대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 수레바퀴에 깔린 인간 군상들을 세세히 그려낸 대서사시다.

끝까지 추적을 거듭하며 장 발장을 체포하려던 ‘피도 눈물도 없는 법치 맹신주의자’ 자베르 경감도 뒤늦게 고백했듯 법률도 잘못할 수 있다. 현실이나 열망을 고려하지 않은 권력자의 엄정한 법 집행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혁명과 혼돈의 시기였던 160년 전 ‘레 미제라블’이 던진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쿠타 미쓰요의 『8일째 매미』라는 소설이 있다. 인생을 납치 당해 엇나가게 된 두 여자의 불행한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원래 매미는 성충이 돼 7일을 살지만 8일을 살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미에서 제목이 붙여졌다고 한다.

비정상적이지만 죽지 않고 8일째를 살게 된 매미가 있다면 그 매미는 과연 행복할까? 가족이나 지인을 먼저 보내본 사람은 어렴풋이 알 것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명도 남지 않게 된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외롭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인지. 7일까지 세상은 시끌벅적한 정겨운 세상이었지만, 8일째는 황폐한 사막에 내버려진 눈물 젖은 세상이 될 것이다. 눈물과 한숨 뿐인 8일째, 어쩌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소외된 약자’ 모두가 ‘8일째 매미’는 아닐까?

몸은 아픈 곳을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 사회는 약자를 감싸고 지원해야 한다. 약한 곳이 덧나 몸져눕게 되면 성한 곳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8일째 매미’의 상처를 감싸고 치유해줘야 한다. ‘8일째 매미’가 행복해질 수 있어야 사회도 행복해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통합은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상 첫 4선 서울시장으로 폭넓은 행보를 펼치고 있는 오세훈 시장도 새로운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었다. 또한 “소외되는 사람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이러한 약속의 실천이 진정한 국민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일 것이다. ‘비참한 사람들’, 즉 ‘레 미제라블’을 따뜻한 인간애로 보듬어 안고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새 대통령과 여권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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