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통시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된다"…집단행동 예고
전국 전통시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된다"…집단행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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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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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등 반대 현수막…"마트 쉬는 날 장사 잘되는데" 한숨
일부선 "소비자 편익 고려해야"…유통업계 "온·오프라인 경쟁시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반대 현수막

[연합뉴스] 정부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폐지와 관련해 논의에 들어가자,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실이 지난달 20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우수 국민제안 10건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불거졌다.

국무조정실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찬반여론을 먼저 듣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서울 주요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상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20년 넘게 폐백음식 전문점을 하는 강봉구씨(60)는 5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변의 영세업자, 소규모 매장은 블랙홀처럼 싹 빨려 들어간다"며 "가격할인을 많이 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영세업자는 운신의 폭이 좁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유했다.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3대째 젓갈장사를 하는 우은경씨(35)는 "대형마트를 더 선호하는 젊은 층도 마트가 쉬는 날에는 이곳을 많이 찾아온다"며 "의무휴업이 폐지되면 장사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동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진인자씨(53)는 "평소 매출이 100이라고 치면 대형마트가 쉬는 날엔 200으로 배 정도 오른다"며 "의무휴업은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 김복순씨(64)는 "평소엔 노인들만 왔다갔다 하다가 마트가 쉬는 날엔 젊은 손님들이 많이 온다"며 "그런 날엔 평소보다 50만원 정도 더 팔려 매대가 텅 빌 정도"라고 전했다.

경기도상인연합회에 소속된 전통시장·상점가 상인회는 총 120여 곳이 있는데, 모든 상인이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수원 못골시장 상인회장)은 "하루아침에 만든 규정도 아니고, 10년 넘게 해 오던 것을 굳이 왜 재논의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논의를 시작한다는 건 결국 강행하겠다는 건데 의무휴업이 폐지된다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수막 내걸고…집단행동도 불사"

전국 전통시장 가운데 일부 상인들은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보인다.

대구 서문시장 관문 2곳에는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해산물을 파는 이모씨(60)는 "서문시장 상인들은 매월 대형마트 휴무일을 피해서 쉰다"며 "가뜩이나 전통시장은 죽어가고 있는데, 큰 거(대형마트) 살리려다가 전통시장이 다 잡아 먹힐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에서는 전통시장 51곳 중 상당수가 조만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전통시장에 피해가 클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연합회 소속 상인회 39곳과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장열 인천 모래내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에 손님이 유난히 붐비는 날이면 대형마트가 쉬는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의무휴업 효과는 크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상생의 가치를 깨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산에는 현재 전통시장이 365개 있는데, 10%가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요일에 영업하고 있다.

부산시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휴무제를 폐지하면 주말에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이 대거 빠져나가 부전시장, 구포시장, 동래시장 등 대형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일단 한발 물러서는 것을 보고 현수막 설치를 잠시 보류시켰으나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60여개 전통시장 상인도 동네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에 이어 전통시장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두삼 강원상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하자고 정부가 만든 법을 또다시 변경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웠는데 대형마트까지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영세상인들은 도산위기에 내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봉희 울산시상인연합회장은 "최근 사흘간 정부부처, 국회, 여야 정책위원회 등을 잇달아 방문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괜히 흉흉한 내용의 현수막부터 내걸기보다는, 차분하게 진행상황을 살펴볼까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편익 우선" 엇갈린 시각도

젊은 소비자와 대형마트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기도 했다.

대전 갈마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이 제도의 취지가 시장 골목상권 살리기인데, 10년간 시장의 경쟁력이 커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시장경제 국가인데 시장 스스로 발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지 대형마트를 의무적으로 휴업하게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한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50대 여성은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 의무적으로 휴업일을 정하는 편이 더 좋다"며 "주말에 남들처럼 쉬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라는 직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경실련 관계자는 "시민 입장에서는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목소리를 더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 유통업계는 유통업계 상황이 달라져 대형마트의 의무휴무는 폐지되어야 하고, 소비자 편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구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대결구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의무휴무를 강제하는 건 불합리하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안으로 국민 여론수렴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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