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100일, “이제는 ‘전광판 스코어’ 보지 말아야”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이제는 ‘전광판 스코어’ 보지 말아야”
  • 김명서
  • 승인 2022.08.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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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에 연금개혁 등에서 성과 거둬야…지지율 신경 쓰면 해야 할 일 못해

[김명서 칼럼]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눈앞에 두고 용산 대통령실을 짓눌렀던 지지율 급락 문제는 이제 큰 고비를 넘어선 것 같다. 곤두박질로 일관하던 급박한 상황은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다. 

1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30.4%를 기록했다. 8주만에 내림세가 멈춘 것이다. 불과 1.1%포인트이지만 대통령실로서는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떨어지고, 또다시 떨어지는 일이 지금껏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출범 100일에 즈음해 지지율이 ‘바닥 다지기’ 국면을 거쳐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일단 한숨은 돌려서일까. 여권 일각, 그리고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둘러싼 논란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일련의 과정이 부당하고 편파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문재인 정부 실정의 유산이다. 세계적 경제 불황 속에 물가는 오르고 금리는 치솟고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단기간에 정상회복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판에 대통령이 국가운영을 잘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좋은 답변이 나올 수 있겠는가. 게다다 국회는 일을 하고 싶어도 추진키 어려운 심각한 불균형의 여소야대 구도다.   

반격의 기본 뼈대는 야당의 악의적 정치공세 때문에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본질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왜곡시키는 악의적 프레임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상관없이 지지율 하락은 윤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치러진 6‧1 지방선거 탓이 가장 컸다고 본다. 이기려다보니 여야 모두 상대방의 취약 부분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야당은 상대 최정점인 윤 대통령을 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대선 기간 내내 이슈화됐던 윤 대통령과 주변 문제들이 ‘도돌이표’ 방식으로 타깃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 대통령 취임 1주일 전 갤럽이 조사한 지지율은 41%에 그쳤다. 반면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7%였다. 취임을 목전에 둔 대통령 지지율이 퇴임 대통령보다 6%포인트 낮았던 것이다.  

6‧1 지방선거로 지지율 하락 불가피…“입덧은커녕 허니문 기간도 없어”

이런 방식의 공격은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주요 표적이었던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등에 대한 공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 부인 김윤옥 여사는 “입덧하는 기간으로 생각하시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입덧은커녕 허니문 기간도 없었다는 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만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경기장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내놓은 발언이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후 지지율 하락이 시작됐을 때에는 “별 의미가 없다. 신경 안 쓴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느 자리에서는 “지지율이 0%, 1%가 나와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고 싶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결국 전광판을 봤다. 대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대선 때는 이 대표를 껴안았고, 이번에는 민심의 경고에 고개를 숙였다. “늘 초심을 지키며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전광판 스코어, 즉 여론조사 수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여권 일각의 지적과 불만 제기는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의 진의가 어찌됐든 일부 문제 발언 등을 통해 ‘경계대상 1호’인 오만과 독선의 냄새가 풍겨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여론의 주문에 맞춰 ‘겸손 모드’로 궤도를 수정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내년 하반기엔 총선으로 개혁 추진 어려워…“국민만 보고, 본인 플레이 집중해야” 

하지만 여기까지다. 앞으로 적어도 1년간은 전광판을 쳐다보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 기간 동안 꼭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어서다. 지지율에 신경 쓰다가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일들이다. 

대통령이 가장 힘이 센 시기는 취임 초라고 한다. 인사권 등 주요 권한을 맘껏 휘두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는 대통령에게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국정은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 

대통령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연금‧노동‧교육 개혁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도 이미 시동을 건 상태다. 하나하나가 공론화에 들어가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지난한 사안들이다. 지지율도 당연히 깎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인기 관리를 위해 이들 분야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2024년 4월 총선까지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여야 모두 선거를 의식해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개혁의 동력은 쇠진하고 나라의 ‘골병’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열흘 전 PGA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대 2번째 최연소인 20살 1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김주형은 대회 첫날 첫홀에서 이른바 ‘양파’인 쿼드러플 보기로 무려 4타를 잃었다. 하지만 그 이후 단 한 개의 보기도 없이 버디 7개를 잡으며 3언더파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첫 라운드를 마쳤다.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했다”는 게 김주형의 말이다. 스코어에 연연했더라면 그대로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

곧 취임 100일. 골프 18홀을 기준으로 치면 첫 홀을 끝낸 상황이다. 갈 길은 멀다. 지지율 급락은 더 큰 시행착오 예방을 위한 백신접종일 수 있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하겠다” 대선 후보 시절 다짐이 가장 유효한 지향점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전광판을 보지 않고 본인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게 옳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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