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조금이라도 싸게 판다” 대형마트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존심을 걸고 최저가 경쟁을 선언하면서 유통업계에서 ‘10원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업계 엘리트 바이어들은 ‘남보다 단 10원이라도 싸게 팔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경쟁의식에서 비장한 각오로 전장에 나간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서 캐나다산 돈육 판매량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전년 동기대비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이 삼겹살은 100ｇ당 1624원(홈플러스 멤버십 할인가 기준)으로 국산 삼겹살(2195원)에 비해 26.0% 싸다.
홈플러스 측은 삼겹살 가격이 크게 오른 여름 휴가철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설명한다.
홈플러스가 이처럼 재미를 볼 수 있었던 데엔 김민기 축산 바이어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바이어는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국산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국산보다 저렴한 캐나다산 돼지고기 계약 물량을 전년 대비 다섯 배 이상 늘렸다. 예상만큼 팔리지 않으면 재고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데도 15년간 현장을 누비며 쌓은 감을 믿었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마트의 꽃게 행사는 이수정 꽃게 바이어의 기획 상품이다.
이 바이어는 봄(4~6월) 꽃게 어획량이 6931t으로, 2014년(8055t) 후 최대치를 기록하자 가을 꽃게 어획량도 많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인천, 태안, 보령, 부안, 진도 등 서해안을 따라 차로 달리며 햇꽃게 조업을 준비하는 선주들은 만나 직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마트는 이 바이어가 확보한 100t의 꽃게를 한 마리에 800원대에 팔고 있다. 2015년 이후 최저 판매가다.
바이어들의 이처럼 치열한 경쟁은 ‘싼값이 주 무기인 대형마트이지만 물가가 더 오르면 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아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감의 발로'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쿠팡, 컬리 등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e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되찾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업계관계자는 덧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