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한국전력이 올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액이 발행 한도의 두 배를 넘겨 자금조달 목적의 회사채를 더는 발행하지 못할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돌아온 사채를 막지 못해 내년에는 자칫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들이는 전력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전력시장 마비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아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사채 발행 한도가 작년 말 91조8000억원에서 올해 말 29조400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사채 발행 누적액은 지난해 38조1000억원에서 올해 70조원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 연말이면 누적 사채 발행액이 발행 한도를 웃돌며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대규모 적자 상태에서 한전이 내년 3월 2022년도 결산을 완료하면 사채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이 대폭 삭감되고 발행 한도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발행액이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더는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은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되면 내년 말에는 사채 발행 한도가 6조4천억원까지 줄고 발행 누적액은 11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력 구매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판매 가격은 그에 미치지 못해 올해 30조원 정도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력 구매 가격은 kWh(킬로와트시)당 169원인데 판매단가는 110원으로 59원 차이가 난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에 따른 부족 자금의 90% 이상을 사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조달 재원 비중이 사채 91%, 기업어음 6%, 은행 대출 3% 등이었다.
한전이 더는 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상환할 수 없게 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전력 구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전력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
한전은 가스공사, 철도공사 등의 사례를 참고해 내년 사채발행 한도를 지금의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8배로 확대하는 방안과 기업의 경영 자율권 보장 차원에서 한도 초과 단서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 등을 국회에 건의했다.
구자근 의원은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전법 개정을 통해 사채 발행 한도를 조정하는 법 개정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2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하는 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