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사랑의 ‘손 편지’와 함께 하는 가을을 소망한다
감동과 사랑의 ‘손 편지’와 함께 하는 가을을 소망한다
  • 조석남
  • 승인 2022.09.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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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가을은 편지와 궁합이 잘 맞는 계절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가을 편지’)은 이미 가을 노래의 대명사가 됐다.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였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는 어니언스의 임창제가 작사·작곡한 곡이고, ‘편지를 썼어요. 사랑하는 나의 님께/ 한 밤을 꼬박 새워 편지를 썼어요’는 이장희가 만들고 불렀다. 두 곡 모두 ‘편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다.

동물원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가을과 편지가 어우러진 노래의 백미다. ‘난 책을 접어 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편지가 e메일로 대체되는 시대에도 편지 노래가 이어졌다. 김광진의 ‘편지’와 아이유의 ‘밤 편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라고 속삭이는 아이유의 노래는 마치 ‘손 편지’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충만하다.

하늘빛은 한층 푸르러지고, 한낮의 열기도 가라앉았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숨결에 가을 냄새가 물씬하다. 뒤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면서 지난날과 그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이 계절…. 이때쯤이면 가을 편지 한 자락이 생각나야 제격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손 편지’를 잊은 시대를 살고 있다.

편지는 말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말이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글의 강점이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글로 쓴 편지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입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게 된다. 편지를 쓰기 위해 일일이 편지지와 봉투를 구입했을 것이며, 그 편지에 쓴 글들을 하나하나 써내려 갔을 것이며, 또한 상대방을 생각하며 말보다는 다른 깊음으로 한번 더 생각해서 작성했을 편지에서 더욱 많은 감동을 받는 건 당연할 것이다.

전북 군산시는 10월 1일 우체통 거리에서 '제5회 군산 손편지 축제'를 연다. 군산 우체국 앞 사거리를 일컫는 우체통 거리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폐우체통에 색과 그림을 입힌 곳으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보통우편물’은 매년 감소세다. 문서·편지 등이 디지털화한 영향이다. 보통우편 중에서도 ‘손 편지’는 극소수라고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학생들에게 ‘편지 쓰기’를 장려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감수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는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써주신 10장의 ‘손 편지’를 끼고 다니며 힘든 시간들을 이겨냈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리우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남겨진 편지이다. ‘손 편지’는 척박하고 메마른 세상에 그늘 같은 쉼터가 된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코발트색 깃이 멋진 바바리를 꺼내는 일도 좋지만, 오늘은 가까운 문구점에 들러 예쁜 편지지를 사보자, 그리고 마음을 꺼내어 보자.

‘마음의 꽃’ 편지는 닫혔던 세상을 녹이는 희망이 된다. 짤막해도 친필로 전하는 메시지는 큰 격려가 된다. 고된 직장생활에 지친 아빠에게, 온 몸에 성한 데가 없으면서도 자식만을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오랫동안 못 뵌 스승님께, 마음을 열지 못했던 친구·선후배에게, 사랑하는 마음만은 꼭 전하고 싶은 연인에게 이 가을, 한 통의 ‘손 편지’를 보내보자.

이번 가을은 ‘독서의 계절’ 만이 아니라 ‘편지의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못 쓰는 글씨이면 어떤가. 맞춤법·철자가 좀 틀리고, 문장이 더러 꼬이면 어떤가. 정성이 가득 담긴 ‘손 편지’라면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만큼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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