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과 관련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LH 출신 감정평가사가 속해 있는 감정평가법인들이 특혜를 받아 대거 선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H 내부직원이 평가하는 정성평가 항목에서 이들 업체에게만 만점을 주는 등 방식으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최근 10년간 총 54개 사업 중 46개 사업이 내부직원평가점수로 선정사가 뒤바뀌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4일 LH로부터 제출받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감정평가사 선정현황' 자료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 사업시행자 심사에서 LH출신 감정평가사가 속해 있는 감정평가법인들이 대거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선정된 법인들은 객관적인 지표 평가(계량 지표)에서는 선정대상이 아니었지만, 내부직원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LH는 사업부지 내 토지소유자들의 토지보상금을 평가하기 위해 100억 이상 대규모 사업의 경우 내부 시스템을 이용해 감정평가사를 선정해 왔다.
문제는 내부시스템의 점수 산정 지표에 구체적인 점수 기준이 없는 '내부직원평가' 항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내부직원이 자의적으로 점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직 LH 직원들이 LH출신 감정평가사들을 의도적으로 밀어줄 수 있다는 것이 유 의원의 지적이다.
내부시스템의 점수 산정 상 행정처분, 수수료 등 계량지표는 80점이고 내부직원들이 점수를 부여하는 비계량지표는 20점이다.
유 의원은 "내부직원평가 점수가 20점이라 해도 실제 채점표를 보면 대부분 '내부직원평가'에서 선정 기업이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 의원이 최근 10년간 '공공주택지구 보상 감정평가사 선정' 점수 산정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총 54개 사업의 중 46개 사업은 모두 LH 내부직원 평가점수에 따라 선정 여부가 갈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 공동주택 지구에서는 6등과 8등이었던 두 법인이 내부직원평가 항목에서 20점 만점을 획득해, 1, 2등으로 선정됐다. 두 법인에는 LH출신 평가사가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양주 왕숙1 지구에서도 계량 평가에서 공동 9등이었던 두 법인이 내부직원평가 항목에서 20점 만점을 획득해 공동 1등이 되면서 사업시행자로 선정됐습니다.
하남교산, 남양주 왕숙2, 부천대장, 고양창릉 등 4개 지구에서도 계량평가에서는 선정 순위 밖이었지만, 내부직원 평가로 시행자로 선정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유 의원은 또 '총 사업비 100억원 이상 사업' 이외의 감정평가 계약의 경우는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LH에서는 지난 해 6월 '5년 이내 퇴직자 관련 기업 수의계약 금지'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LH출신 감정평가사 소속 법인과 121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5년 이내 퇴직한 LH출신 감평사 소속 법인'과는 115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비계량 평가는 무작위로 추출된 내부직원이 비대면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비계량평가 시 보상평가 경험이 풍부하고 업무수행 실적이 우수한 평가법인이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구조로 전관특혜 소지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