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 딜레마'...방송가에서 '모시기 전쟁' 한창
'오은영 박사 딜레마'...방송가에서 '모시기 전쟁' 한창
  • 이영미
  • 승인 2022.10.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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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창에선 오은영 박사가 초심을 잃고 치료비를 비싸게만 부른다고들...오히려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건 아닌가...느린 아이, 조금 다른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는 세상이라면, 노력한 사람, 그리고 실력과 인성 면에서 최고인 사람, 더 애쓰는 사람이 진짜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

[이영미 칼럼] TV를 틀면 나온다는 오은영 박사. 요즘 방송가에서는 오박사 모시기 전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부모에게 맞는 솔루션을 주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오박사에게 느린아이 부모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도 찬사를 보낸다.

이렇다보니, 좋은 말만 나온 게 아니어서, 한 신설 프로그램에서는 오박사를 섭외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오박사가 출연 거절을 한 것처럼 소문이 나기도 했다.

느린 아이 부모들 사이에서 오박사는 ‘신’으로 통한다. 만나기 어려워 그렇지, 정확한 진단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살피고, 때로 눈물까지 흘리면서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해 준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전화 연결은 거의 불통이고, 대기가 몇 년씩 되다가 지금은 예약하고 진단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시간이 있어도 만날 수 없다는 말에, 나는 오박사를 뵙는 것은 진짜 신의 영역일 거라고 생각하고, 대신 국내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었다는 병원 소아정신과를 예약했다. 예약하고 실제 방문까지 1년여를 대기해야 했지만, 기꺼이 감수해, 마침내 지난 해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나에게 몇 가지 치료를 권했고, 나는 아이가 이미 그 치료들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는 여러 가지 검사를 권했다. 나 역시 아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지만, 의사는 ‘모른다’고 했다. 

대기 예약만 해 두고 ‘모른다’는 대답을 두 번 듣고 5분여에 9만원 가까이 진료비로 내고 나오면서 허탈함

또 다른 것에 대해 질문했지만 역시 ‘모른다’고 답했다. 별수 없이 진료를 끝내고 나와 검사 예약을 하러 가니 검사는 1년 6개월을 대기해야만 했다. 

대기 예약만 해 두고 ‘모른다’는 대답을 두 번 듣고 5분여에 9만원 가까이 진료비로 내고 나오면서 허탈함에 눈물이 나왔다. 아이는 천진하면서 산만하게 옆에 앉아 있었다. 검사 대기표 한 장 말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낸 10만 원은 우리 집 살림에서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기다리다 지쳐 나는 또 다른 병원에서 진단과 검사를 받아야 했고, 그러느라 시간이 2년이나 지났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이나 ADHD, 또는 지적장애 등 수많은 장애 진단명이 대중에게 친숙해졌다. 조금 더 빨리,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록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공유되면서 많은 부모들이 병원과 치료센터를 찾게 됐다. 놔두면 좋아지겠지, 얘는 아무렇지 않을 거야 하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병원이나 센터를 찾게 되었다. 누가 보아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를 채근하는 부모를 봤다. 병원에서는 부모 상담이 필요한 케이스가 생겼다고 들었다. 실제로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강박증 등으로 치료를 받는 부모가 늘었다고 한다. 

물론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 명확한 진단을 내리는 일은 의사라 해도 어렵다고 한다. 아이의 정신세계는 가정환경과 사회환경, 감수성, 아이의 잠재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보통 센터의 치료비는 1회 40분 기준으로 4만~8만원 정도...12~15만원, 20만 원 가까이 부르는 곳도 있어

더 큰 문제는 치료센터의 문턱이 높아지는데 있다. 보통 센터의 치료 가격은 1회 40분을 기준으로 4만~8만원 정도가 보통인데 12~15만원, 20만 원 가까이 부르는 곳도 있다. 여기에는 브로커가 개입한다고 한다. 치료비의 30% 정도는 브로커에게 커미션으로 줘야 한다고 들었다. 

센터 홍보는 늘어나고 각종 마케팅 방식도 화려하게 바뀌었다. 세일이나 특가 행사도 많이 한다. 치료법도 다양하고 관련 연구도 활발해진다.

좋아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환경 탓인지 진단이 느는 건지 느린 아이,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건 맞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나는 각종 센터와 마케팅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가격 상승 또한 동반된다.

인터넷의 댓글들을 보면 오은영박사가 초심을 잃고 치료비를 비싸게만 부른다고들 한다. 오히려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건 아닌가 싶다. 굉장히 많은 의사, 임상 치료사, 강사들이 느리거나 아픈 아이의 건강과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일하고 공부한다. 사회적인 편견도 많이 줄어 배려와 이해도 늘어난 편이다.

다만 느린 아이, 조금 다른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는 세상이라면, 노력한 사람, 그리고 실력과 인성 면에서 최고인 사람, 더 애쓰는 사람이 진짜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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