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한우협회장이라니”…‘반핵’이어야 김제남답다
“채식주의자가 한우협회장이라니”…‘반핵’이어야 김제남답다
  • 김명서
  • 승인 2022.10.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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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에 맞게 사퇴하고 ‘원전 확대 반대’ 기치 올려야

[김명서 칼럼]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원자력안전재단 김제남 이사장에게 퍼부은 폭언이다. ‘면책특권’만 아니었으면 형사처벌 시비를 일으킬 법한 ‘언어폭력’이다. 

야당에게는 당연히 ‘집중포화’ 대상일 것처럼 보였다. 상대가 여당 대표 권한대행을 지낸 ‘윤핵관’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권 의원은 당 내분에 얽힌 잇따른 볼썽사나운 행태로 ‘국민 밉상’으로까지 추락한 상태다. 얼마나 맛깔스러운 ‘먹잇감’인가. 하지만 야당의 대응은 예상 밖으로 미온적이었다. 당 차원에서는 한글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막말을 일삼는 모습은 국민을 통탄하게 한다”고 ‘꼬집는’ 정도로 넘어갔다. 친야 성향 매체들도 비판 사설이나 논평 없이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  

짐작컨대 이유는 자격지심 때문인 것 같다. 정색하고 역성들기에는 명분도 딸리고 역공 받기 십상인 ‘취약 부위’도 여러 곳이라고 여긴 듯하다. 

김제남 이사장은 반핵주의자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 사무처장 시절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19대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에는 ‘탈핵에너지 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단순한 비판 수준을 넘어 원전은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도 원전 운영의 당위성을 전제로 존립하는 기관의 수장을 꿰차고 있으니 ‘부적격 끝판 왕’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전문성도 불투명하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오랜 기간 환경 관련 시민운동가로 활동했을 뿐이다. 그런 그를 문재인 청와대는 2020년 1월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임명한 데 이어 8월에는 시민사회수석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정부 교체 3개월 전인 지난 2월에는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차기 정부에서까지 안전재단을 탈원전 기지로 활용하려는 ‘알박기’인사라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뻐꾸기인가”…권성동 막말은 모순과 불합리 명백하기 때문

권 의원이 마음껏 막말을 퍼부은 것도 이러한 모순과 불합리가 누가 보더라도 너무나 명명백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에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며 자진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권 의원의 강공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즉 ‘원전 정상화’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과 긍정적인 환경도 감안한 듯하다. 원자력에 관한 한 여론은 우리 편이라는 자신감이 여권 내에 팽배한 상태다. 이는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던 원전 산업의 가시적 부활 움직임과 성과에서 비롯된 것 같다. 태양광 비리 등 ‘탈원전’ 정책의 ‘검은 실상’이 잇따라 드러나는 데 따른 ‘반사효과’도 크다.

구체적 성과로는 지난 8월 300억 달러 규모의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키로 계약을 맺었다는 낭보가 대표적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이후 무려 13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원전 수주라는 점에서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를 글로벌 원전업계가 공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여기에다 체코와 루마니아,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크고 작은 원전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국내적으로도 세계적 에너지난에 대비, 원전 활용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원전의 생산 발전 단가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훨씬 싸다. 올해 한전 적자는 탈원전 정책 후폭풍으로 30조원에 달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다. 결국 정부는 이달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을 6.9% 인상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크다. 

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려면 발전 단가 최소화, 즉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다. 황주호 신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올 겨울에는 11월에 상업운전을 개시하는 신한울 1호기를 비롯, 국내 원전 25기 중 24개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원전을 풀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원안위원 ‘버티기’ 명분 없어…‘들러리’ 편승 비전문가 물러나야

하지만 ‘풀가동’이라는 대목에서 목엣 가시처럼 걸리는 곳이 있다. 바로 원자력안전재단의 상급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다. 작년 8월 완공 상태인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와 관련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비행기의 격납 건물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그쳤다는 그 기관이다. 보고자가 “확률은 1000만년에 한 번”이라고 대답하자 원안위원들은 “그러면 북한 장사포 공격엔 대처 가능한 가”라고 억지를 부렸다고 한다. 이런 과거 행태가 그대로라면 원전 ‘풀가동’은 언감생심이다. 

원안위원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멤버 그대로다. 위원장 포함, 8명 가운데 6명은 문재인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 추천, 임명이고 2명은 국민의힘 추천이다. 그런데 이들 중 몇몇은 환경단체나 민변 출신, 행정학과 교수 등 비전문가들이다. 당연히 자질 부족, 정치적 편향성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탈원전’ 정책은 폐기된 만큼 ‘탈원전’에 ‘들러리’로 편승했던 비전문가들이라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받을 것 받으면서 임기 3년을 다 채우겠다는 심보인 것 같다. 김제남 이사장과 다를 바 없다.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김 이사장을 겨냥해 “원자력안전재단이사장에  탈원전 인사가 임명된 것은 한우협회이사장에 채식주의자가 온 것”이라고 힐난했다. 아주 딱 맞는 비유다. 원전 생태계는 5년 동안의 ‘탈원전’ 정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가 이제 기사회생하는 상황이다. 망가진 몸을 회복하려면 육류 등 고단백 보양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김 이사장은 채식이 옳다고 주장하며 버티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감장에서 “뻐꾸기냐”라는 공격에 “한 번도 제 신념과 가치에 반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반핵’, ‘탈원전’에 대한 신념도 그대로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러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그리고 과거 그 모습대로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는 기치를 높여야 한다. 그런 모습이 김제남다울 것이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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