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값,2년간 상승분 토해내...역전세난 심화
서울 전세값,2년간 상승분 토해내...역전세난 심화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10.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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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등 2년전보다 1억∼2억원 떨어져…'임대차2법' 상승분 반납해
"급전세도 안나가"…기존 세입자도 가격낮춰 계약, 보증금 내줘
서울 송파구 잠실일대 아파트 모습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전세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2년 전 거래가보다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 집주인이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들어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역전세난 발생지역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도 '역전세난'…'임대차 2법' 시행전 시세로 회귀

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2년전 가격보다 싼 전세 물건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는데 2년 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비강남권은 물론 고액 전세가 많은 강남권도 전체물건이 적체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전세물건이 12억원선에 나온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의 지난 2020년 9∼10월 전세 계약금액은 최고 13억∼14억원이었는데 이보다 1억∼2억원가량 낮아진 것이다.

잠실 엘스 전용 84㎡도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전세물건의 시세도 11억∼12억원 수준이다. 2년 전에 최고 12억∼14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1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이후 전월세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신규 전세수요는 더 줄어서 급전세도 잘 안나간다"며 "신규계약은 물론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는 집주인도 일부는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로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2년 전 시세보다 낮은 물건이 등장했다. 전용 76.79㎡의 경우 2년 전 전세 거래가가 최고 7억∼8억원이었으나, 현재 6억8000만∼7억원대 초반에 전세가 나와 있다. 

강북구 일대 아파트

◇강북지역 전세매물 적체

중저가 전세수요가 많은 강북도 최근 전세매물이 적체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11억∼11억5000만원까지 계약되던 전세가 현재 11억원에 나와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밝혔다.

전용면적 59㎡는 8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단지가 올해 입주 8년차를 맞으면서 전세물건이 많은데,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아 물건이 쌓이고 있다"며 "추석 지나고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올려받기는커녕 전세보증금을 일부 내주면서 재계약을 유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로 타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살던 집의 전세가 빠지지 않아 애태우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2년 전 7억5000만∼8억원선에 계약됐는데, 현재 전세물건은 6억8000만∼7억5000만원 선에 나와 있다. 2년 전 계약금액보다 5000만원 이상 싸다.

강북구, 노원구 등지도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강북구 미아센트레빌 전용 59.96㎡는 2년 전 전셋값이 최고 4억4000만∼5억원까지 거래됐는데, 현재 이 수준인 4억5000만∼5억원에 전세물건이 나와 있다.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서 집주인이 기존에 살던 세입자의 전셋값을 깎아줘 미리 재계약을 하자고 단도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침체가 나아질 조짐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는 물론 전세조차도 역대급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며 "임대차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올해 연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깡통 주택

◇전월세 물건 한달새 16% 늘어…전문가 "임차인 피해 대비해야"

최근 전셋값 하락은 계약갱신청구권, 상생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연 6∼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대출금리가 단기에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팔라진 것도 전세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빌라·다세대 등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전세' 위험이 커진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아파트 시장의 역전세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이후 가파르게 올라 올해 1월까지 18개월 동안 14.9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9.89%)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이 기간에 10.23% 올라 매매가 상승률(7.43%)을 넘어섰다.

그러나 급등하던 전셋값은 이후 전세대출 규제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올해 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이달까지 9개월째 하락중이다.

지난해 최고가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집주인들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집이 팔리지 않자 매매를 임대로 돌리는 수요까지 가세하며 전월세 물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6만7320건으로, 한달 전(5만7856건)보다 16.3% 늘었다.

이중 마포구는 한달 전 2213건에서 현재 3139건으로 41.8%나 증가했고, 강북(36.3%)·강서(31.6%)·금천구(30.3%) 등도 30% 이상 물건이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갭투자자 등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금리, 매매가 하락 등의 여파로 전세가격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임대차 분쟁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본부장은 "입주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역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는 임차인 피해에 대비해 역전세난 지역과 깡통전세 우려지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발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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