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 검토 관측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8·15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에서 풀린 지 두 달을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활발한 해외출장과 내부 직원과의 소통 등 보폭을 넓히며 경영 전면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실적 부진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 등 복합적인 위기 국면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부회장에 취임한 지 올해로 10년째인 그가 조만간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그 시기는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부분 가동을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4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은 바이오의약품 25만6000ℓ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어 12일에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는 원래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정기회의를 열리는데 이번에는 위원들의 일정 등을 고려해 수요일인 12일로 변경됐다. 이 부회장이 참석하면 지난해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올해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현’을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준법위 회의에 참석한다면, 회장 취임에 앞서 사전 인사도 하고 준법 경영 의지도 다지는 자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준법위가 그룹의 컨트롤타워 복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부활하면 여기서 본격적으로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점과 방식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오는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1일), 이병철 회장 35주기(11월19일) 등 삼성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날짜를 이용해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발표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물론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굳이 회장 직함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반론도 있다. 사법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는 아직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등에 출석하고 있다. 우선은 그룹 차원의 위기 대응과 대형 인수·합병(M&A) 등 주요 현안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현장 방문 등 일선에서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추석 연휴를 활용해 중남미와 영국 등 해외 출장에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적극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