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호천사' 맞나?...농협은행, 농업인 상대로 '약탈적 꺾기' 거래
'농민수호천사' 맞나?...농협은행, 농업인 상대로 '약탈적 꺾기' 거래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2.10.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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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민주당 의원, 금감원 ‘농협은행 꺾기 의심거래 현황'...최근 5년간 6만 2,088건, 5조 4,639억원 집계

"농업인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농협은행이 '본질' 외면하고 실적쌓기 급급"...민원 발생건수도 가장 높아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NH농협은행(은행장 권준학)이 농업인을 상대로 '꺾기' 거래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대출상품 판매 후 일정기간 동안 다른 금융상품 판매를 강요할 수 없다. 그런데도 실적 쌓기에 급급해 대출을 미끼로 행하는 이 같은 편법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은행 꺾기 의심거래 현황’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꺾기’ 의심거래가 최근 5년간 6만 2,088건에 달했고, 이에 따른 금액은 5조 4,639억원으로 집계됐다.

꺾기란 구속성 예금, 즉 농협은행과 수협은행이 중소기업을 비롯한 개인사업자, 개인 저신용자 등에게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예금이나 적금 등을 유치하는 행위로 은행의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하는 대표적인 관행이자 불건전 행위이다.

NH농협은행이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피하면서 거의 관행적으로 꺾기 의심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오히려 농업인들에게 대출을 미끼로 실적 쌓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농협은행이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농업인과의 동반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농업인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농협은행이 본질을 잃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농협은행과 거래하는 농업인의 대부분이 고령이고 금융지식이 낮아 이 은행 대출창구에서는 꺾기 거래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농업인의 대부분은 창구직원의 꺾기 요구를 당연한 대출 조건으로 알고 제시하는 금융상품 가입을 수락한다.

이들은 불공정금융행위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해 우선 대출을 받은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로인해 농업인들은 노후자금 운용에서 큰 위험에 노출될 소지도 없지않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지난 달 1일 한국금융연수원에서 농협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농협의 존재 목적과 New Normality'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권 행장은 이날 "농협의 존재 목적은 농업·농촌에 있다"고 강조했으나 올해 국감에서 농어민을 상대로 한 꺾기의혹이 지적을 받으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건전 금융행위가 성행한 탓인지 농협은행은 민원 발생건수에서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 2분기에 모두 80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꺾기 관련 민원 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2분기 민원건수는 신한은행에 비해 거의 두 배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농협은행은 올해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국내은행의 관계형금융 취급실적 우수은행 평가 결과'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저신용자 대출비중, 초기기업 대출비중, 업무협약 체결건수 등에서 우수한 점을 인정받았다.

농협은행은 수많은 농업인을 대상으로 꺾기 거래를 진행해 숫자상으로 취급실적을 대폭 늘려 관계형 금융 평가에서 우수은행 1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약탈적 금융에 의한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꺾기가 존재했다면 농업인을 제대로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을 늘려 이익 위주의 불건전 금융에 치중했다면 우수은행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 그 것도 성과가 수많은 농업인을 상대로 한 꺾기가 바탕이 됐다면 ‘최다 불공정 금융거래’ 은행이라는 평가가 오히려 걸 맞는지 모른다.

윤준병 의원은 “농협은행이 대출을 미끼로 끼워팔기·실적쌓기에 몰두해 오히려 농입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년간 농업인들과 중소기업들은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만큼 농협은행의 제안은 쉽게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농협은행은 잘못된 꺾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관계법령에 따른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재작년 이후 코로나19로 힘든 가운데서도 은행권이 대출을 미끼로 실적 쌓기에 급급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지우는 '편법 꺾기'를 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사례가 계속 증가했다"면서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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