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올 8월까지 40조원가량의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주식·채권 가격 하락에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산 평가액 감소 등 ‘악재’ 영향이 컸지만, KIC의 투자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진승호 KIC 사장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에 출석해 “올해 8월 말 현재 284억달러(한화 약 40조3933억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8월 말 기준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13.87%”라고 밝혔다.
진 사장은 “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 자산군별 위험 분석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위탁자산 손실 위험 관리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KIC 측은 그러나 2005년 출범 이후 누적 기준으로는 현재까지 595억달러(약 84조6268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승호 KIC 사장은 글로벌 경제 상황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주식이나 채권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관행적 포트폴리오 운영의 결과이고, 자금 운용 전략도 불투명한데다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KIC는 투자 자산의 70% 이상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데, 8월 말 기준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은 각 -18.85%, -15.56%에 불과하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도 "KIC 운영위원회에 제대로 된 투자 경험을 가진 사람이 1명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현장 해외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KIC는 기획재정부(871억달러), 한국은행(300억 달러)에서 재원을 위탁받아 총 1171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KIC는 이날 국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 지침에 어긋나게 석탄 관련 기업에 5100억원가량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장혜원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독일 환경NGO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IC는 해외 석탄 관련 16개 기업의 지분 3억5900만달러(약 51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장 의원은 “KIC가 지난 8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해당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KIC는 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하고,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정작 석탄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KIC는 2019년 투자정책서에 책임투자 조항을 신설하고, 업무지침도 제정하는 등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