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 일기...아이와 같이 자라는 부모
나의 육아 일기...아이와 같이 자라는 부모
  • 이영미
  • 승인 2022.10.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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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칼럼] 큰아이는 한때 귀여움을 독차지한 외동이었다. 친정에서는 막내딸이 낳은 예쁜 손주로, 시가에서는 귀하디 귀한 장손이었다. 예정일보다 1주일이나 먼저 태어나 크리스마스 이브를 생일로 맞게 돼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축하를 받아왔다.

그런 큰아이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으니, 바로 동생이 태어나게 된 일이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조금 예민하고 불안해진 시기에 태어난 동생은 또 양쪽 집안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여운 동생을 챙기고 돌보며 장남의 역할에 충실하며 지냈다.

더 큰 위기는 초등 2학년 때 찾아왔다. 12월에 태어나 남들보다 길게는 1년 가까이 느린 데다 본래도 좀 앳된 아이기도 해서인지 2학년이 됐는데도 어린 아기같은 모습이 남아있었다. 기다려주면 잘하려니 했는데, 정도가 좀 지나치다 싶었다.

자꾸만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고 수업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는 담임선생님의 설명이었다.

공부는 입시를 위한 단순 반복일 뿐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돼

알고 보니 큰 애는 그 때 까지 글자를 읽고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선생님의 말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학교를 오가고 있었다. 정확한 수업 내용을 몰라 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런 학교가 점점 싫어져 혼자 장난감을 갖고 노는 데만 빠져 있었다.

그때 까지도 나는 초등학교 성적 같은 건 무시했었다. 생활이나 성취, 윤리를 배우는 곳이지 겨우 8~9세 아이에게 성적이나 점수를 들이미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공부는 입시를 위한 단순 반복일 뿐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아이가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가면서 친구들 관계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힘들어하는 걸 보았을 때였다. 그 때의 담임선생님이 유독 예민한 탓도 있기는 하겠지만, 아이는 배워야 할 걸 그 때 그 때 잘 못하면서 자신감도 같이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학교에서 느린 아이들을 위한 학습 과정이 있었다. 아이는 방과 후에 기초학력 습득을 위한 수업을 받았고, 집에서 나와 함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을 갖기 시작했다. 저학년 수학과 영어 학습서를 사서 하루 1~2장을 풀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학교에서 아이 성적이 부쩍 좋아졌다면서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은 6학년이 되어 성적이 오른 드문 경우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아이는 친구들과 만나 노느라고 주말이 바빠졌다. 발달이 느린 동생과는 원래도 사이가 좋았지만 더 아껴주면서 잘 돌본다.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안 한 아이는 입시를 앞둔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도 

담임선생님 말로, 아이들 성적을 올리려는 부모들은 대부분 사교육을 찾는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습 부진을 보이는 학생이 늘면서 학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신뢰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보충을 해 주는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리고 집에서도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한 일은 책상에 앉아 문제를 푸는 걸 매일 보아 준 일이지 공부를 강요하지도, 주입하지도 않았다. 이제 아이는 매일 말없이 책상에 앉아 그날의 책을 보고 문제집을 푼다.

너무나 당연하고 고지식하여 요즘 부모의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학교 교육의 목표, 이를테면 두뇌의 고른 발달을 통해 종합적인 이해력과 판단력, 그리고 사회성과 자신감을 기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됐다.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한다. 이로 인해 아이의 달라진 모습에 부모로서도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기뻤다.

아주 작은 성취인지도 모른다. 중학교에 가면 많은 학생들이 중학 과정을 끝내놓고 대입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학습부진아였던 아이가 성적이 이만큼 올라오긴 했지만,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는 입시를 앞둔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고 믿는다. 나 역시 아이만큼, 아니 아이보다 더 큰 성취감과 자신감이라는 힘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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