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대책’에도 ‘돈 가뭄’, 한전 등 공기업, 지자체 비상
'50조 대책’에도 ‘돈 가뭄’, 한전 등 공기업, 지자체 비상
  • 정세화 기자
  • 승인 2022.10.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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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인천공항공사 등 최우량 공기관도 채권 모집 실패
신용등급 ‘AA0’ 현대카드 회사채… 1천억 모집에 8백억 응찰
정부의 '50조 대책'에도 불구하고 단기 자금시장의 돈가뭄은 해소될 기미가 안보인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정부의 '50조 대책'에도 단기 자금시장의 돈가뭄은 해소될 기미가 안보인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정부의 ‘50조원+α(알파)’ 대책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 ‘돈 가뭄’은 해소될 기미가 안보인다. 

한전 등 최고 신용등급의 공공기관 회사채는 물론 인기가 있던 대형 카드사의 채권까지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도 ‘레고랜드’발 돈가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안정성을 자랑하던 공사채들이 최근 채권 모집에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최고 신용등급인 한국전력공사의 AAA급 한전채는 지난 25일 4000억원 입찰에서 2000억원이 유찰됐다. 2년물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3년물 자금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AAA급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3년물이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했으며 한국가스공사와 인천도시공사도 모집 물량에 미달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장기 채권 유찰은 만기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의 채권은 26일 AAA급 공사채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가 넘는 금리에 낙찰됐다.

한편 신용등급 ‘AA0’인 현대카드는 27일 1000억원 규모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25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집 물량은 800억원에 그쳤다. 

장기물 발행에 실패한 회사들은 자금 조달이 급해 단기자금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표적 단기 채권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치솟아 26일 기준 91일물 CP 금리는 4.51%로 급등했다. 2009년 1월 19일(4.64%)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만으로는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책은 사실상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채권시장안정펀드도 회사채 차환 물량의 최대 50%까지만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기업이 시장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로 대책을 내놓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고물가에 발목이 잡혀 시중에 유동성을 공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돈가뭄에 특히 애를 태우는 곳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규모로 투자해온 중소형 증권사들로 알려졌다. 

수수료 인하 경쟁을 통한 개인고객 유치에 한계를 느낀 증권사들은 경기 호황기를 틈타 부동산 개발사업에 자금을 대주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PF 사업에 열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재난으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고 고금리·고물가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PF 사업은 오히려 대형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국신용평가의 올 3월 말 기준 집계에 따르면 24개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위험액(익스포저)은 총 45조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개발 사업 위험액은 증권사 평균 39% 수준이지만 소형사의 경우 49%로 절반에 육박한다. 소매 부문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비교적 공격적으로 PF 사업을 벌여온 탓이다.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보강 또는 매입보장을 해준 PF는 매달 10조 원 안팎씩 만기가 돌아온다. 만일 만기 때 PF 자산유동화증권을 차환 발행하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하고 여력이 되지 않는 증권사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은 기초자치단체를 곤경에 빠트렸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은 춘천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의 김진태 지사가 당초 약속한 PF 유동화증권의 지급 보증을 거부하면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에서는 레고랜드 사태가 아니라 김진태 사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춘천시는 동춘천산업단지 개발과 관련된 보증 채무 162억원의 상환기일을 3개월 연장하면서 기존 연 5.6%에서 연 13%로 오른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3개월 이자가 2억2680만 원이지만 새 금리를 적용하면 5억2650만 원으로 약 3억원 늘어난다. 

채권자 측은 처음에는 자금시장 경색과 지자체의 신뢰도 하락 등을 이유로 상환 기일 연장 불가와 함께 전액 상환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대전역세권 개발사업과 충남도가 역점사업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안면도 개발사업도 빨간불이 켜졌으며, 광주시가 추진 중인 민간공원특례사업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공공개발도 추진하기 힘들어져  신용등급이 AA+인 인천도시공사가 24일 거행한 채권입찰은 목표액인 300억원이었으나 응찰자가 부족해 유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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