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은행으로'…10억원초과 고액예금 788조 달해
'뭉칫돈 은행으로'…10억원초과 고액예금 788조 달해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10.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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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보다 1만계좌·72조 늘어 사상 최대
1억원 이상은 1천조 돌파…고금리·투자 불확실성에 증가일로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갈 곳 잃은 시중의 뭉칫돈이 대거 은행 저축성예금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본격화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고액예금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침체기를 겪자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묻어두는 자산가들이 늘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경기상황에서 당장 투자를 확대하기보다는, 일단 은행에 돈을 쌓아두고 기회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급증…6월말 기준 529조원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769조7220억원) 보다 18조1930억원(2.4%)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년 전(716조2350억원)과 비교하면 71조6800억원(10%)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매년 반기별로 예금규모별 계좌수 및 금액을 집계해 4월과 10월 공표하고 있다.

10억원 초과 고액예금 계좌수는 지난해 6월 말 8만4000계좌에서 지난해 말 8만9000계좌, 올해 6월 말 9만4000계좌로 증가했다.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2017년 말 499조1890억원에서 2018년 말(565조7940억원) 50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말(617조9610억원)에는 다시 60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0년 말 676조1610억원에 이어 2021년 말(769조7220억원)에는 700조원선마저 뛰어넘었다.

계좌수는 2017년 말 6만2000에서 2018년 말 6만7000, 2019년 말 7만3000, 2020년 말 7만9000, 2021년 말 8만9000 등으로 증가해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10억원 초과 고액계좌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528조9780억원으로 전년 말(509조8150억원)과 비교해 3.8% 증가했다.

반면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850억원에서 237조3960억원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쳤고, 저축예금은 24조4480억원에서 21조430억원으로 13.9% 감소했다.

기업 자유예금은 법인과 개인기업의 일시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며, 저축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결제성 예금이다.

즉 올해 상반기 개인과 기업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율이 낮은 저축예금이나 기업 자유예금 보다는, 예치기간을 정해놓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등으로 몰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성예금 중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의 잔액은 6월 말 기준 72조6440억원이었고,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200조3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의 69조1450억원과 194조460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5.1%와 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저축성예금 중 상대적으로 고액인 1억원 초과 예금잔액은 6월 말 기준 1000조원(1060조9000억원)을 돌파했다. 1년 전(969조4820억원)과 비교하면 9.4% 증가한 수준이다.

◇개인 투자대안 없고, 기업은 투자 축소…고액예금 쏠림 심화

이같은 고액예금, 정기예금 증가속도는 6월 말 이후에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4대 은행(신한을 제외한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10억원 초과 거액 정기예금의 계좌수 및 잔액(개인+기업)은 3만4053계좌, 36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말(2만7655계좌, 316조3000억원)에 비해 불과 4개월 만에 계좌수는 23.1%(6398계좌), 잔액은 14.9%(47조) 늘어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10억원 초과 고액 정기예금 잔액은 NH농협이 27일 현재 128조20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91조3000억원), KB국민(78조8000억원), 우리(65조원)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고액 정기예금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한국은행이 7월과 10월 두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졌고, 이것이 차례로 예금금리에 반영되면서 연 5%가 넘는 이자를 주는 상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 입장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 만큼,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연 5%대 고금리 정기예금은 매력적이다.

서울 강남지역 시가 20억원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몇달새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지만, 10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1년 이자로 웬만한 직장인 연봉규모인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일대 아파트 모습.
서울 강남일대 아파트 모습.

기업의 경우, 투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은 최근 실적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거나 생산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금을 안정적인 은행 정기예금에 묻어두면서 투자시기나 기회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10억원 초과 고액예금의 80∼90%를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상 보호한도는 개인은 물론 법인도 50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규모 자체가 늘어나는 가운데 요구불예금보다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성예금이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고액예금도 마찬가지"라며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위기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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