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귀농의 패러다임...농업경제는 '지역농민은행' 플랫폼부터
생활귀농의 패러다임...농업경제는 '지역농민은행' 플랫폼부터
  • 정기석
  • 승인 2022.11.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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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사업 및 귀농생활지원센터 조성...농촌복지는 마을공동체에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야

[정기석 칼럼] 2019년 16,181명, 2020년 17,447명, 2021년 19,776명. 그동안 정체, 또는 감소했던 귀농인구가 최근 3년간은 소폭이나마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귀농은 도시의 은퇴자들이 여생만큼은 다른 인생, 행복한 인생, 제2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가장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귀농은 누구나 선택을 할 수 있으되, 아무한테나 인생의 활로나 대안이 될 수 없다. 귀농인의 삶, 농부로서의 삶, 농촌주민으로서의 삶도 원인이나 현상만 좀 다를 뿐 어렵고 고단한 인생의 본질과 속성은 도시민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특히 ‘먹고 사는 생업’의 문제에 관해서는 도시의 그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과 지역으로 하방하는 귀농은 선(善)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귀농인은 사람이 없는 농촌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신뢰, 협동,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발전소가 될 수 있다.

이미 '혁신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인적 자본'으로 대접받는 사례도 지역마다 속출하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생기는 도시의 문제, 사람이 너무 없어 생기는 농촌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 국가의 구조악을 치유할 결정적 열쇠이자 고리, 그게 바로 귀농이라고 믿는다.

귀농경제는 지역·마을기업 중심으로

그렇다면 이제 개인의 용기있는 선택, 다소 낭만적이고 낙관적인 '귀농운동'의 가치관과 방법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것만으로 '농촌마을에서, 지역사회에서 잘 생활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귀농의 가치관과 방법론을 보다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농민생활', '농업경제', '농촌사회', 그리고 운동 또는 사업 주체 등의 측면과 관점에서 어떻게 '귀농'의 자세와 태도가 변해야 하는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귀농패러다임 전환의 10대 의제'를 제안한다.

하나, 생태귀농에서 '생활귀농'으로 전환해야 한다. 귀농인은 흔히 순정한 유기농부로서 생태적 생업과 최소한의 인간적 기초생활을 꿈꾼다. 그런데 국가 전체 가구의 5% 남짓 밖에 안 남은 우리 농가당 연간 평균 농업소득은 1천만원에 불과하다. '먹고 살 수 있는'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생활귀농'이라야 지속가능한 생태귀농도 가능하다.

그러자면 '마을과 지역사회에서 능히 먹고 사는 생활기술'로 단련하고 체화시키는 '지역사회 생활기술 직업전문학교', 귀농인과 원주민이 공유•협업하는 '지역공유 유휴시설 사회적자산은행' 등 의 실용적인 기본생활 지원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 농업귀농에서 '농촌귀농'으로 발전해야 한다. 농촌에는 농부(Farmer) 외에 다양한 일터와 일자리에 종사하고 복무하는 농사짓지 않는 이른바 '마을시민(Commune Citizen)'들이 필요하다. 농부들만 모여 농사 일만 하는 곳은 농장으로 오인될 우려가 크다. 농부들과 함께 다채로운 마을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야 비로소 '농촌마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귀농형 일자리 구인․구직 지원센터', '귀농형 마을기업 창업 지원센터', '귀농인.농민 공동생산기반 시설', '귀농인․농민 공동경영 마을기업' 등을 지역 곳곳에 세워야 한다.

농업경제는 '지역농민은행' 플랫폼부터

셋, 생계귀농에서 '복지귀농'으로 심화되어야 한다. 귀농인의 기초생활․생계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돈 버는 농업'이라는 농업경제학 일방의 관점에서 어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사람 사는 농촌'이라는 농촌사회학, 사회복지학으로 농정의 근본기조부터 바꾸어야 한다.

농민 또는 농촌주민 기본소득제, 유럽식 농가소득보전 직불제, 마을공유농지․마을양로원․마을공동식당․마을공공임대주택․마을에너지발전소 등 마을단위 사회안전망, 마을농지 공유화를 위한 농지신탁제, 마을공유지 등이 실현되어야 한다.

넷, 마을귀농에서 '지역귀농'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귀농인이 작은 마을 안에만 갇혀서는 적정한 규모의 경제사업도, 유기적인 지역사회활동도 영위할 수 없다. 자칫 지역공동체에서 고립되거나 소외되거나 표류하거나 낙오할 위험이 있다. 마을 안에서 마을 밖의 지역으로 경제사업 규모와 사회활동 범위를 확대․확장해야 한다.

'지역단위 공동체사업 협동경영체', '유기농 로컬푸드 지역농민시장', '지역화폐 발행 지역농민은행' 등을 조직하는 데 도시의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귀농인이 앞장서야 한다.

다섯, 경제귀농에서 '문화귀농'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진정한 귀농인이라면, 정상적인 귀농인이라면 돈을 벌기 위해, 출세하기위해 귀농하는 게 아닐 것이다. '억대농부'가 되려는 경제적, 세속적 욕심이 아니라 상실했던 '사람사는 삶'의 문화적 그리움이 핵심 동인일 것이다. 그러자면 농촌을 상업적 관광지나 놀이터처럼 훼손하는 농촌관광사업부터 경계해야 한다.

관광농업이 아닌, 휴양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문화농업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 독일에는 상업적인 농촌관광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독일 농부는 국민의 별장지기, 국토의 정원사로 불린다. 지역 역사․문화․경관부터 보전하하고 전통 생활문화예술의 공동체 문화부터 계승해야 한다.

여섯, 단독귀농에서 '공동귀농'으로 협동해야 한다. 개별적 귀농보다는 뜻과 목적을 공감․공유하는 공동․집단귀농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다. 마을공동체사업, 지역공동체활동을 벌일 때 서로 협동해서 체계적인 사업조직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노동자 공동귀농 협동조합', '귀농인․소농 중심 6차농업 생산자협동조합', '에너지자립 생태․생활공동체마을', '귀농인․소농 중심 6차생산자협동조합(Gemeinschaft)' 등이 실천모델로 유망하다.

'귀농생활'로 귀농의 가치관과 방법론을 대전환

일곱, 독립귀농에서 연대귀농으로 진보해야 한다. 귀농인이 혼자 좋은 농사를 짓기는 어렵다. ‘자연인처럼내 멋대로 살면 자유롭기는 할 것이나 자칫 지역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잊혀지거나 유령처럼 사라질 위험이 있다. ‘사회적 인간이려면 마을주민, 지역사회는 물론, 도시민, 소비자들과 지속적유기적으로 교류하고 거래해야 한다.

농업회의소 중심 자생적 지역학습조직’, ‘농민노동자, 농민도시민 상생기금’, ‘도시민(도시농업인) 직거래 네트워크등을 이웃과 더불어 공조, 협업할 수 있다.

여덟, 개인귀농에서 '사회귀농'으로 진화해야 한다. 농촌에서도 개인주의자니 이기주의자는 불편한 존재로 환영받지 못한다. 공동체의 갈등과 분쟁의 원인으로 낙인 찍힌다. 마을공동체의 이웃, 지역사회의 타인을 이타적으로 배려하는 공익적공공적 시민의식과 선도적 실천역량부터 갖추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등 지역공동체 운동', '로컬푸드 유통, 토종종자 보전 등 풀뿌리 순환자치경제네트워크 구축', 평화통일농업, 생태농부학교 등 우주적 각성과 수행운동 등에 동참해야 한다.

아홉, 관치귀농에서 '자치귀농'으로 자립해야 한다. 오늘날 정부의 귀농지원정책은 진정성이나 실효성이 기대와 필요에 미치지 못한다. ''의 입장에서는 농정예산의 한계를 변명할 것이나, 근본적으로 농정철학의 부재, 농정정상화의 의지 결여가 고질적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귀농인끼리 자조와 자립을 통한 자치와 자생이 최선의 자구책일 수 있다,

'귀농인 생활자치 생태공동체마을' 모델, '귀농형 마을기업(사회적경제)' 모델, 그리고 '귀농농가 적정 가계경영' 모델을 스스로, 함께 개발해 공유하고 전파해야 한다.

, 운동귀농에서 '사업귀농'으로 전향해야 한다. 기존의 민간 귀농운동 지원조직은 농업,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귀농사업과 농가경영, 교육문화, 생활복지 등 귀농생활을 지원하는 전문조직수준의 위상과 기능으로 거듭 나야 한다.

귀농지원조직 및 단체의 자생자립 사업구조 구축, 농업, 농촌형 사회적경제 등 '귀농사업지원센터' 운영, 가계경영, 자녀교육 등 '귀농생활지원센터' 운영 등을 통해 귀농운동에서 '귀농생활'로 귀농의 가치관과 방법론을 대전환하는 공공의 역할, 사회적 책무를 떠맡아야 한다.

귀농의 본질은 삶의 패러다임 전환

귀농이란 단순하게 농촌이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저 농사를 짓는 좁은 의미로 풀이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생활환경의 변화나 직업의 전환일뿐 아니라 삶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는 일대 전환이다. 가령, 정직한 농()적 문화에 기반한 자연친화적 생태적 삶, 근본으로 귀의하는 것을 의미하고 실천한 행위라야 한다. 새로운 귀농운동과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귀농은 자연친화적인 농업을 중심으로 자립적인 삶을 살면서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개인적인 삶의 결단과 의지가 강조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조금 모자라다. ' 개인적 단독귀농에서 마을귀농, 지역귀농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귀농이 그저 '농사 짓는 일'에 국한된다면 마을귀농, 지역귀농은 '농촌에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순정한 농부로 생태적인 농사 짓는 일은 물론, 지역의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마을살이, 지역살이를 하는 모든 행위와 활동이 포함된다.

이렇게 귀농인들이 마을귀농, 지역귀농을 결행하려면 '농촌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농촌에서 먹고 살려면' 농민의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농민 기본소득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수호하며,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소농, 영세농이 아무리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농업소득만으로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너도 먹고 살고, 마을도 먹여살리는귀농을

기본소득제 못지 않게 '먹고 사는 지역생활기술'도 절실하다. 단기적으로는 물고기 배급도 요긴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근본적으로 '농촌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귀농인들은 '지역에서 먹고 사는 생활기술'을 배운 적이 없다. 그동안 배운 것은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는 기술과 친구를 이기고 나만 살아남는 기술'만 집중해서 배웠을 뿐이다. 아니면 '취직을 잘 하는 기술이나 자본의 노예로 사는 기술'만 열심히 익혔을 뿐이다.

귀농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 이전에 사회적 자본과 사회안전망이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농촌공동체의 복지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농업경제학자들의 정책은 일부 대농이나 부농을 위한 정책들이다. 대다수 소농, 가족농에게는 농촌사회학자, 사회복지학자들에 의해서 생산된 정책이라야 유효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촌복지는 마을공동체에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정부와 행정에서 기계적으로 시혜하는 지원제도만 쳐다보지 말고 마을공동체의 구성원, 이웃들이 서로 보살피고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전국 여러 마을과 지역마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생태공동체마을 등을 함께 일구며 전환의 제2 인생을 살아가는 많은 귀농인들처럼 이 하나되는, ‘나와 너도 먹고 살고, 마을도 먹여살리는농촌마을공동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마침내, 마을학교와 마을학원을 세우고 꾸리는 '교육적 마을시민', 마을생활원과 마을문화관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문화적 마을시민', 마을발전소와 마을연구소에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생태적 마을시민' 등 이른바 '사회적 마을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을공동체와 지역사회공동체로 내려와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하게 귀농생활을 누릴 수 있다. 마을에서 사람답게’, ‘2의 인생을 행복하게,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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