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5% 오른 가공식품 추가 상승폭 더 가팔라질 가능성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국내 주요 유업체들이 17일부터 우윳값을 올리면서 빵, 버터,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이에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각종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7일 전체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6%, 1000㎖ 흰 우유 대표 제품 출고가를 6.6% 인상했다. 서울우유는 이날 원유가 들어가는 일부 제품도 함께 가격을 인상했다. 출고가 기준 인상률은 평균적으로 발효유는 5%, 생크림은 10%, 버터는 7% 수준이다.
매일유업도 이날 전체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9%, 900㎖ 흰 우유 제품 출고가를 평균 8.3% 인상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출고가 기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9%, 가공유 제품을 평균 7% 인상했다.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률은 제조사 출고가 인상률과 같거나 소폭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정가를 기준으로 2710원이었던 기본 흰 우유 제품인 '서울우유 나 100%(1000㎖)'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6.6% 오른 2890원으로 결정됐다. 2650원이었던 '남양 맛있는 우유 GT(900㎖)'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9% 오른 2890원, 2610원이었던 '매일우유 후레쉬 오리지널 우유(900㎖)'는 9.2% 오른 2850원에 판매된다. 이번 우윳값 인상은 지난 4일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ℓ당 최대 52원 올린 데 따른 결과로 유업계는 여기에 우유 소비 위축, 누적된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 비용 증가까지 겹쳐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출산율 하락 등으로 우유 소비는 줄고 있지만, 치즈나 버터 등 우유가 들어간 유제품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0.8㎏에서 2021년 26.6㎏으로 줄었다. 반면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2001년 63.9㎏에서 2021년 86.1㎏으로 늘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고물가 상황에서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식품의 연쇄적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13.1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5% 상승했다.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사이에 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7%였다. 가공식품 물가는 5년 사이에 5.4% 급증했다.
게다가 예년 대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일찍 발생하면서 계란값 폭등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2020년 AI 발생으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돼 계란값이 크게 올랐다. 대량 살처분이 현실화하면 가공제품은 우윳값 인상 여파에 더해 연쇄적으로 가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우윳값 인상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