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예능 '세상을 비집고'..."우리는 즐겁게 살고 있어요"
EBS 예능 '세상을 비집고'..."우리는 즐겁게 살고 있어요"
  • 이영미
  • 승인 2022.11.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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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은 각기 다른 병명을 가졌지만 중증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금은 불편하고, 조금 위험하지만 도와주고 배려하면서도 때로 그냥 내버려둘 때, 가장 편하고 가장 행복할 것

[이영미 칼럼] 나윤씨는 보디빌더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한 경력이 있는 보디빌더다. 그 경력을 살려 재활 체육을 공부하기 위해 서른살 나이에 체육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홍윤씨는 독일 유학파 지식인이며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 중이다. 언제나 밝고 활기가 넘친다. 진지한 말씨가 매력인 현진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차분하고도 밝은 성격이 매력이다. 정인씨는 따뜻하고 소녀 스러운 성격이다. 그림과 글쓰기 등 예술 방면으로 다재다능하다.

여기 나온 이들은 모두 중증에 가까운 장애인이다.

EBS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세상을 비집고”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병명을 가졌지만 중증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장애인을 초대해 대화하고, 어딘가로 떠나거나 함께 즐기는 일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내용들의 거의 전부이다. 

얼마 전 시즌2를 선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개성 있고 활기 넘치는 네 사람이 제주 여행을 떠나서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선보였다. 시각 장애를 가진 정인씨를 나윤씨가 한 팔로 부축하며 걸어가고, 뇌 병변 장애로 오래 걷는 것이 어려운 홍윤씨는 현진씨가 잡아주며 걸었다. 

현진씨가 잘 듣지 못할 때는 다른 이들이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걷는 길이 길어지면 홍윤씨가 타는 휠체어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밀어준다. 그런가 하면 사물의 형태 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 정인씨를 위해 나머지 사람들은 자세하게 눈 앞의 사물과 모습을 알려준다.

이들 네 사람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극적인 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두를 감격에 젖게 하는 휴먼드라마는 아니다. 누구도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거나 곤란해한 적이 없다.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떤다. 게스트가 초대되었을 때도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고 미션이 주어져도 웃고 떠들며 수행한다.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에 초대된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둘씩 팀을 짜서 미로 공원의 거대한 미로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나오는 일이었다. 오래 걷는 일이 불편도 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기도 했을텐데 이들은 크게 불편해 하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완수를 했다. 

단 한 팀은 막혀있던 선을 넘어 지름길을 택해 빠르게 가느라 반칙패를 당했다. 그것 마저도 자연스러운 모두를 웃게 했다. 그렇다 해서 정의로움을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웃으면서 일정을 마무리했고 함께 참여하면서 즐겼다.

한 번은 이들이 자신들의 불편함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을 때가 있었다. 본래부터 갖고 있던 장애가 있을 때 수술이나 재활로 천천히 나아져 갈 때 만족도가 높았고, 비장애인이었다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의 우울과 자괴감은 심했다고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그럼에도 이들은 진솔했고, 더없이 밝았으며 발랄하고 즐거웠다. 이들이 가장 이들답게 건강하고 밝을 때는 그저 소소한 일상과 농담을 나눌 때였다. 그렇게 숨겨야 할 일도, 대단히 슬프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것을 그냥 행동으로 태도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을 보고 불쌍하다면서 눈물짓거나, 아니면 과장되게 '할 수 있어!'를 크게 외치는 것은 이들이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아 불편해 보였다. 할 수 있다면서 주먹을 꼭 쥐고 과장되게 힘을 준 제스츄어가 아마도 부담이 될 것 같았다.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내보이는 불안감보다는 그렇게 다를 것도 없으니 당연히 해낼 거라는 태도. 그게 아이들을 성숙시키고 자라게 하는 것 같다. 모든 놀이가 모든 생활이 극복을 해야 할 ‘과제가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싶다.

다르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이들의 불편함이 시작되는데, 불편함이 커지면 곧 모두의 불편함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 위험하지만 도와주고 배려하면서도 때로 그냥 내버려둘 때, 가장 편하고 가장 행복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그 나름대로 완결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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