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꽃을 위한 변명...누군가는 '지구 어머니'를 돌봐 드려야
겨울 꽃을 위한 변명...누군가는 '지구 어머니'를 돌봐 드려야
  • 이영미
  • 승인 2022.12.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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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곳곳은 물난리, 미세먼지, 폭우, 홍수, 그리고 녹아 내리는 빙하 때문에 날씨 급변

기후 위기의 문제를 두고 해법 고심...이제는 느리게, 편하게 걸어가는 삶의 전환이 필요

[이영미 칼럼] 벌써 강추위가 매섭다. 12월의 한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지나치리만큼 따뜻한 날씨였다. 지난 주 아이 손을 잡고 모처럼 집 앞 공원과 숲을 산책하는데,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늦가을 영상의 기온이라 해도 11월 말이면 겨울 채비를 이미 끝냈어야 할 참인데 진달래며 철쭉이 피어 있었다. 어느 대학교 교정에서는 개나리와 목련이 피었다고 들었다.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때 이른 코스모스나, 철 지난 장미가 초겨울까지 매달려 있는 것을 본 적은 있다. 그러나 12월을 앞두고 만발한 진달래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꽃을 보고 착잡해진 건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의 산과 들은 교란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이 겨울 답게 추워야 해충도 줄고, 동물과 식물들도 겨울잠을 자거나 쉬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겨울을 앞두고 꽃망울을 터뜨리다 보면 다시 봄이 왔을 때 꽃을 피우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누군가는 지구 어머니를 돌봐 드려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뿌리내린 곳이며 살아 숨쉬는 땅이기 때문이다. 지당하고 옳은 말이다. 파헤치고 쓸어 담고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느라 우리 생명의 근원은 아파지기 시작했고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지구 곳곳은 물난리, 미세먼지, 폭우, 홍수, 그리고 녹아 내리는 빙하 때문에 날씨가 급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겨울 가뭄이 심한 전남 지역이 댐마저 말라버려 심각한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가뭄으로 식물이 자라지 않거나, 홍수가 나서 수해를 입는 건 언제 누구든 닥칠 수도 있는 위기다.

전문가들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의 문제를 두고 해법에 고심하는데, 빠르게 더 많이 소비했던 행동 양식을 바꾸고 느리게, 편하게 걸어가는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 취업과 생존에 위협받는 사람들 앞에서 느리게 편안하게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쪽에서는 기술과학의 발전으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육이나 실내 농원, 도시 농업 등을 발전시키고,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 섬을 제거하기 위한 바다 쓰레기 흡입기계가 어느 스타트업에서 발명되었고 벌써 운행을 시작해 거의 하루 1만톤 이상의 바다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기계나 자동차가 널리 쓰이고 있고, 집도 에너지를 덜 쓰거나 훨씬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건축 방식이 바뀌고 있다.

우유곽을 씻어 말리거나 남은 항생제를 모아 약국에 가져다 주는 나를 보고, 귀찮고 복잡하게 산다고 고개를 가로젓던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 뒤, 식수원이 되는 강 상류에서 항생제와 수면제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하필 그 친구가 살던 지역과 너무나 가까운 곳이었다.

친구는 지금 누구보다도 자원 재활용과 리사이클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계기는 달랐지만 친구도 지금의 위기를 알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법은 많다. 번거로운데다가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 페트병을 따로 버리는 일, 배달음식 대신 용기에 음식을 싸 들고 오는 일, 빨대나 휴지를 덜 쓰는 일 따위는 습관이 되지 않으면 생각 없이 잊고 만다.

과학자들은 ‘인류세’ 라는 이름으로 산업화 이후 인류가 만들었다가 버린 쓰레기들이 퇴적층을 이룬 것을 가리켜 문명의 전환이자 인류사에 기록될 일이라고 했다. 지구의 역사를 바꿀 중대 사건이 고작 현대인들이 버린 쓰레기로 이뤄진 거라니 우습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진다.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의미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내 주변의 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고, 아끼고 살피고 다시 보고 있다. 그래서 이미 늦었다거나 소용없다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노력으로 무언가 바꾼 것을 직접 본 적이 아직 없는데 어떻게 확신을 하느냐고. 나 역시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실천은 하고 있다.

아마도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누고 아끼는 삶을 사는 사람이 훨씬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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