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중간재 비용상승까지 겹쳤기 때문"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오른 임금을 기업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가격에 떠넘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최근 임금흐름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모두 한계비용(임금·중간재 비용)의 가격전가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
우선 임금이 10% 상승할 경우 2013∼2020년 평균 제조업, 서비스업 생산자물가는 각 0.1%, 1.6%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 사이에는 각각 2.0%, 3.0%나 뛰었다.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 임금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는데, 이는 과거 경기회복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이 비용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줄면서 임금의 가격전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서비스업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중간재 비용 10% 인상에 따른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5.3%, 0.5%에서 8.2%, 0.7%로 급등했다.
오 차장은 "다만 이 결과는 반대로 앞으로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되면,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기 평균을 웃도는 최근 임금상승세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른데다, 일자리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올해 2분기 상용직 정액급여 상승률은 2019년 4분기보다 0.39%포인트(p) 높다.
이 요인을 나눠보면 기대인플레이션과 빈 일자리율{빈 일자리 수/(전체 근로자수+빈 일자리수)} 상승이 각 0.45%포인트, 0.30%포인트씩 모두 0.75%포인트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노동생산성 등 다른 요인들은 상승률을 0.36%포인트 깎아내렸다.
특히 300인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는 올해 2분기 기준 기대인플레이션의 정액급여 상승률 기여도가 2.58%포인트로 소규모 사업체(1.34%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노동조합을 통한 강한 임금협상력 등이 물가의 임금전가 가능성을 키웠을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