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먹고 사는 '생활기술 직업학교'
지역에서 먹고 사는 '생활기술 직업학교'
  • 정기석
  • 승인 2022.12.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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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할 게 없으면 농사나 지어야지농사가, 농업이 어떤 일인지 모르는 바보나 하는 얘기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유럽에서는 농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농부가 되려면 일단 11살부터, 그러니까 농업중학교부터 다녀야 한다.

독일 농업의 기본은, 뿌리는, 그 바탕 위에서 발휘되고 발산되는 농촌과 지역사회의 저력과 잠재력은 좋은 농부를 키우는 학교인 이른바 농업직업학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날 독일의 농업과 농촌은 농정이 아닌 교육정책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교육은 36세의 유아를 보살피는 유치원(kindergarten)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공부는 하지 않는다. 그저 숲에서, 자연과 더불어 다른 아이들과 사이좋게 어울려 놀기만 할 뿐. 모국어조차 가르치지 않는다.

18세까지 12년간의 의무교육은 4년제 초등과정에서 시작된다. 이 기초학교(Grundschule)에서는 오전 수업만 한다. 1학년 때는 읽기, 쓰기도 안 가르치고 다만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발표식 수업을 병행한다. 2학년까지는 성적표도 없다. 사회성, 창의성, 발달상황의 일반적 평가만 할 뿐이다. 등수나 서열이, 경쟁이 있을 수 없다.

중등학교 진로는 내신으로 결정된다. 초등과정 4년 내내 한 담임교사가 맡아, 아이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고 진로추천권을 행사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3갈래 장래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직업학교인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실업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 ‘인문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 .

직업학교에서 먹고 사는 생활기술

김나지움은 9년제의 고등학교로서 독일의 대표적, 일반적 중등교육기관이다. 졸업시험 아비투어(abitur) 성적에 따라 대학진학 자격이 결정된다.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1단계에서는 직업학교, 실업학교, 전문학교 등 3종류로 나뉜다. 실업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36년의 과정으로 공업, 농업, 상업 등 실무에 적합한 실용적인 교육을 배운다.

실업학교와 직업학교의 차이는 대학 진학 가능 여부로 구별된다. 실업학교는 학과과정에서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있으나 직업학교는 대학이 목표가 아니다. 오직 마이스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전기, 기계, 등 높은 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직업들은 거의 실업학교(Realschule)에서 교육한다. 반면 육체노동에 의한 단순직업은 직업학교(Hauptschule)에서 주로 가르친다.

직업교육기관에서는 매주 4일은 기업에서 마이스터와 기능공의 지도로 실습을 받고, 하루는 학교에서는 학업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도제방식) 교육을 받는다. 졸업생들은 다년간 직장경험을 쌓은 후 전문학교(fachschule)에 진학, 기술전문가 인증인 마이스터(meister) 시험을 치르거나 전문대학, 종합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도제교육을 병행한 3년 과정의 농업직업학교를 수료하면 기능사(Fachkraft) 자격이 주어지고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다. 직업학교 농업과와 농업경영체에서 3년간 이론과 실습교육을 마치면 농업회의소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본다. 시험을 통과하면 농업인(Landwirte)'으로 불린다. 여기서 상급학교에서 더 공부해서 국가 인정 전문농업경영인이 되거나 마이스터(농업장인)가 된다.

가령, 농업직업학교를 수료하고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농업 관련 현장경력 3년 이상이면 마이스터 과정에 등록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2년 동안 전공과목, 경영, 교수 3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농업직업학교의 견습생에게 마이스터 농장의 실습은 특히 중요하다. 농장주인 마이스터의 농장실습 평가에 따라 수요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생활기술 직업학교는 지역재생과 국가균형발전의 활로

우리도 독일처럼 해보자, 농촌공동체 붕괴, 지역사회 소멸이라는 위기에 처한 우리 지역의 활로는 학교에서, 교육에서 찾아보자. 가령, ’농촌지역 마을공동체·사회적경제형 청장년일터·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사회 생활기술 직업전문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자. 일단 적어도 광역지자체마다 1곳씩, 그리고 기초지자체에도 점차 파급하고.

귀농 등 농촌지역으로 하방하는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난제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가, 이들에게 지역사회에서 능히 먹고사는 법 또는 기술을 가르치는 <국공립 지역사회 생활기술 직업전문학교>를 통해 물고기 잡는 법을 재교육, 재훈련시키는 게 상책일 것이다. 그러면, 귀농 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과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제거시킬 수 있다.

나아가, 마을 및 지역사회공동체사업의 성공적인 관리와 경영을 위해서 그 사업과 업무를 책임질 능력과 전망을 갖춘 전담 및 전문인력도 필수적이다. 마을 공동체(Commune) 및 지역사회 공동체(Community), 그리고 마을공동체지역사회 기반 사회적경제조직(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을 기획, 관리, 운영할 전담전문인력을 양성하자는 제안이다. 그래야 상부나 외부의 전문가가 주도하는 파행적인 사업판이 아니라 주민이 책임질 수 있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지역사업, 공동체사업의 플랫폼이 구축, 가동될 수 있다.

이 직업전문학교에서는 생활기술전문가와 사업기술 전문가를 양성한다. 생활기술 전문가로는 친환경 농부, 생태건축 목수, 봉제사, 로컬푸드 요리사, 적정기술 엔지니어 등이 지역에 필요한 일꾼들이다. 또 사업기술 전문가로는 마을사업가(마을계획가, 마을관리자, 마을마케터 등), 공정여행가, 사회적기업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때, 친환경농부, 생태건축 목수, 봉제사, 로컬푸드 요리사, 적정기술 엔지니어, 마을사업가(마을계획가, 마을관리자, 마을마케터 등), 사회적기업가, 공정여행가 등 각 과정과 과목마다 마을지역사회 공동체(사업) 관리 및 경영 전문전담인력을 발굴육성하는 전문특성화 커리큘럼 및 프로그램(전문강사 포함), 컨텐츠(교재 등) 연구 및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지역사회 생활기술 직업전문학교> 설립 및 운영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모델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기관과, 소요 예산과 H/W 인프라를 지원하는 행정기관(광역 및 기초 지자체), 청년인력, 강사 등 Humanware와 교육컨텐츠 등 S/W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기관(대학)의 상호호혜적 Win-Win, 시너지효과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직업학교의 기대효과는 명확하다. 일단 도시은퇴자(귀농인), 지역대학 졸업자 등 지역사회 유입 및 정착 청장년층의 창업 촉진, 일자리 창출, 기본소득 보장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공동체 재생 플랫폼 구축이라는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아가, 지역재생과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아도, 지역의 교육부터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수험용 교육, 비실용적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을 위한, 또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 실사구시적 교육과 학습의 장으로 사회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나도 먹고살고, 남과 이웃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업적 생활기술에 예산 등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을학교에서 학교협동조합도 만들고, 사회적 경제 교과서도 서로 가르치고,‘먹고사는 생활기술도 몸으로 익히며, 어릴 때부터 건전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이자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요긴한 지식과 기술과 품성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마을과 지역과 국가에서 함께 먹고사는 협동과 연대와 상생과 공영의 새로운 활로가 보일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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