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선택은...22년래 최대 한미간 금리 역전폭 부담
한은의 선택은...22년래 최대 한미간 금리 역전폭 부담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2.12.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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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 3.5% 이상으로 올릴수도...속도조절하되 인상지속 불가피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이제 공은  한국은행에 넘어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미 연준의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5%대로 높아져,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간 금리격차를 방치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물가까지 치솟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고민은

◇美연준 "당분간 긴축기조"…이번 인상기 최종금리 5% 넘을 듯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3.75∼4.00%에서 4.25∼4.50%로 0.50%포인트 올렸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7.1%)이 10월(7.7%)과 시장전망치(7.3%)를 모두 밑돌자, 6·7·9·11월에 이은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피하고 빅 스텝으로 보폭을 줄였다.

하지만 긴축속도만 다소 더뎌졌을 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의 중간값은 5.1%로 전망됐다. 앞서 9월의 4.6%보다 오히려 0.5%포인트나 높아졌다.

결국 연준이 '조금 천천히, 그러나 더 높은 수준까지 오래'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분간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내년 3.5%에서 그치면 '역대 최대' 1.50%p이상 벌어질 수도

연준의 빅 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최대 1.50%포인트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날 1.25%포인트가 최대 격차 기록이다.

더구나 점도표에 찍은대로 연준이 이번 인상기 최종 금리수준을 5% 안팎까지 높일 경우,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p 또는 그 이상까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답한 바 있다.

한은과 연준이 현재 시점의 예상대로 내년 각 3.5%, 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 격차는 1.50%포인트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내년 상당기간 외국인 자금유출과 원화절하(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한은,내년 상반기까지 인상기조 유지할 듯…빅스텝 압박은 줄어

한은은 내년 1월13일 베이비 스텝을 시작으로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0%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화가 절하될수록 같은 수입제품의 원화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서 8월 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후 "우리 금리정책에는 국내 요인이 먼저고 (그 다음에) 미 연준의 영향을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곧바로 10월 두번째 빅 스텝을 단행한 것처럼,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가 연준의 긴축속도와 기간, 그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연준이 긴축속도를 줄이면, 한은도 세번째 빅 스텝까지 동원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신용경색 상황과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기둔화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입장에서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도 긴축기조는 유지해 나가되, 미국처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을 일단 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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