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백기 투항’, 새해 노동 생태계 대변신 ‘신호탄’(?)
화물연대 ‘백기 투항’, 새해 노동 생태계 대변신 ‘신호탄’(?)
  • 김명서
  • 승인 2022.12.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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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조직원 반발로 민주노총 내부균열 심각…파업 동력 급격히 약화

[김명서 칼럼] 언론에 별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가장 ‘인상적인’ 뉴스로는 민주노총의 ‘백기 투항’을 꼽고 싶다. 얼마 전 일이라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적 통념과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반전’의 충격 때문이다. 노동 생태계의 긍정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지지부진하던 지난 8일 전국 16개 거점에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보태고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입법화 등을 적극 성사시키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다음 날인 9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끝내자 곧바로 총파업 선언을 철회했다.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정치파업’ 계획을 스스로 접은 것이다. 화물연대, 지하철 노조, 철도 노조, 건설 노조로 이어지는 릴레이 파업의 깃발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상상키 어려웠던 상황이다.    

민주노총에게 총파업 선언 자진 철회는 ‘역대급 사건’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27년 역사에서 총파업은 40여 차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파업을 스스로 포기한 전례는 없었다. 정부나 사용자 쪽이 어떤 식으로든 양보하지 않는 한 희생을 무릅쓰고 ‘실력행사’를 계속하는 강경 자세로 일관해 왔다. 좌고우면 하지 않는, 어찌 보면 막무가내식 투쟁이야말로 오늘의 민주노총을 만든 원동력이며 버팀목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노총의 파업 자진 철회는 화물연대의 ‘백기투항’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는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엄정 대응한 것이 제대로 먹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무개시명령까지 발동하고 운송 방해 행위를 신속하게 추적해 사법처리 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 개인차주들이 만든 단체다. 엄격히 따지면 자영업자다. 따라서 궁극에는 각자도생해야 하는 처지라 응집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터에 정부가 운송면허 취소까지 내세우며 강경하게 나오자 상당수가 대열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MZ세대, 민주노총식 정치파업과 투쟁노선에 반발 경향 짙어

여기에다 민주노총 조직 저변의 심각한 균열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른바 ‘MZ세대’ 노조원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반발이 본격화하면서 파업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지난 달 말 파업을 하루 만에 철회, ‘릴레이 파업’에서 이탈한 것은 MZ세대 젊은 직원들이 90%가량을 차지하는 ‘올바른 노조’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 3개 노조 중 하나인 ‘올바른 노조’는 처음부터 파업에 불참했다.

포스코 양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포스코 지회는 지난 달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금속노조가 포스코 직원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있다는 노조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조합비로 수억원을 냈지만 금속노조가 포스코 노조원들의 권익향상에는 나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 과정에도 젊은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한다.

MZ세대는 공정과 정의, 신뢰를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가치로 여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인지 노조원이라도 민주노총식 ‘정치파업’과 투쟁노선에 반감을 표시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사회 전반으로 넓히면 MZ세대에게 민주노총은 정치권과 맞물린 ‘기득권 카드텔’로 비춰지는 듯한 분위기다.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노조가 수두록한데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약자 행세를 하면서 수시로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일반화돼 있다. 이 때문에 젊은 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고 좋은 일자리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정치파업에 염증을 느끼고 거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진단한다.

민주노총 내부의 균열은 진보 진영 내부의 균열로도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중심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따라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과 맞물려 진보진영 전체로 위기감은 확산되고 있다. 여권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계기로 진보 진영 중추세력을 통째로 묶어 ‘좌파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전대협 출신 586 정치인들이 좌파 기득권 카르텔을 사수하는 전위대로 나라의 전진을 막고 있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내년엔 정치적 논란 극복,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시장 개편 이뤄야”

민주노총으로서는 확고한 ‘뒷배’마저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이제는 민주노총 스스로 위상 재정립을 꾀하는 게 정답일 듯싶다. 거부할 수 없는 젊은 세대의 큰 물결이 뒤에서 밀어닥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비판적 주장과 요구를 적극 반영해 대대적인 면모일신을 해야 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간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노조 내부의 민주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위기에 대해 여권이 쾌재만 부를 일은 아닐 것이다. 노사 문제 속성 상 대화와 타협은 최우선 가치일 수밖에 없다. 법과 원칙만 내세워 이를 외면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파국을 맞기 십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TV로 생중계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편의 방향을 유연성‧공정성‧안전성‧안정성 등 네 가지로 규정‧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것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노동개혁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그 다짐에 맞게 내년에는 정치적 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 생태계의 대변신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핵심 방향은 노동약자 보호에다, 미래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지속 공급이 됐으면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노합도 투쟁 지상주의 대신 합리적 실용주의 쪽으로 궤도 수정을 했으면 하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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