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탈토지세(脫兎之勢)’의 한 해가 되기를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탈토지세(脫兎之勢)’의 한 해가 되기를
  • 조석남
  • 승인 2022.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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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와 소망을 담은 신년 사자성어(四字成語)...실천할 수 있는 목표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해나가는 것이 중요

[조석남의 에듀컬처] 우리 선조들은 지필묵으로 신년의 결의와 소망을 써서 걸어두고 일년간 마음과 행동의 지표로 삼았다. 묵을 갈면서 명상하고 치심(治心)하면서 붓을 들어 한지에 소망을 불어넣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에 묻혀있는 꿈과 소망. 꿈이 막연한 기대감이라면, 소망은 좀 구체적인 바람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결의 또는 소망을 사자성어(四字成語)에 얹어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으면서 발표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렸다.

멀리는 가는 곳마다 휘호를 남기고, 또 유난히 구호를 좋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연원(淵源)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혁명완수(革命完遂)’<1962년>, ‘근면검소(勤勉儉素)’<1965년>, ‘유비무환(有備無患)’<1972년>, ‘국력배양(國力培養)’<1973년>, ‘국론통일(國論統一)’<1975년> 등 ‘사자성어’라기보다는 ‘사자구호’에 가까운 것들이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大道無門)’<1995년>, ‘제심합력(齊心合力)’<1998년> 등을 내놓았는데 역시 히트작은 ‘대도무문’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해마다 사자성어를 빌어 국정 운영의 각오를 다졌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2008년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뜻의 ‘시화연풍(時和年豊)’을 내걸었지만,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에 직면해야 했다.

2009년의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다)’에 이어 2010년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이 선택됐지만, ‘영포회(영일-포항)’ 인사 개입 논란이 불거지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지칭한 ‘영일대군’이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면서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기도 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앞두고도 나름대로의 화두를 담은 사자성어가 등장하고 있다.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신년 화두로 ‘유수불부(流水不腐)’를 선정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의미로, 교육청 관계자는 "공존의 가치를 담은 더 질 높은 공교육 실현을 위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는 새해 사자성어로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선정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라는 뜻으로 개혁과 혁신을 비유하는 사자성어. 그동안 실추된 성남시의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매년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빠르게 새해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전북 익산시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을, 익산시의회는 ‘노적성해(露積成海)’를 선정했다. 시정 길라잡이가 될 ‘이청득심’은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고, 의정활동 목표가 될 ‘노적성해’는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새해 계묘년(癸卯年)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지혜로운 동물이다. 장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토끼가 들어가는 사자성어 중에 ‘탈토지세(脫兎之勢)’가 있다. 우리를 빠져나가 달아나는 토끼의 기세를 표현한 것인데, ‘생존 위기가 닥쳤을 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 위기를 벗어난다’는 것을 비유한다.

요즘 상황과 딱 들어맞는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다. ‘탈토지세’처럼 힘들지만 지혜롭게 대처하고 이겨내 ‘껑충’ 뛰어오르는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보만리(牛步萬里:우직한 소의 걸음이 만리를 간다)’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우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기 십상이다.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를 실행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뚜벅뚜벅 걷다보면 천리, 만리 길이 결코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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