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하늘반의 어린이들...평범하지만 특별한 졸업식
유치원 하늘반의 어린이들...평범하지만 특별한 졸업식
  • 이영미
  • 승인 2023.01.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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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뎌야 하지만 마냥 무섭지만은 않아...두려워 말고 과감히 내디뎠으면

[이영미 칼럼] 시후 엄마는 안절부절못했다. 시후는 큰 소리가 나면 견디지 못하고 귀를 막곤 했다. 재훈 엄마도 비슷했다. 말이 느리고 가끔 울음을 터뜨리는 재훈이가 졸업식장에서 큰 소리로 울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얼굴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 아이는 장소를 옮기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특별 활동이나 유치원 운동회 때 참석하지 않고 구석에서 울다가 뛰쳐나왔었다.

그런 아이들이 줄 맞춰 걸어오고 있었다. 졸업 가운을 맞춰 입고서. 다른 평범한 아이들 틈에 섞여서. 시후는 음악이 나오자 귀를 막았지만 곧 내렸다. 재훈이도 노래를 따라 했다. 우리 아이는 춤까지 추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작은 입으로. 선생님, 친구들 안녕히 계세요라며 또박이 가사를 읇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졸업을 했다. 하늘반 엄마들은 졸업식장에서조차 아이가 잘할까 끝까지 노심초사하다가 식이 끝나고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참았던 눈물들이 터졌다. 식장은 눈물 바다가 돼버렸다.

시후는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자주 울었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알아본 이 유치원에서 시후는 무척 행복해 하며 다녔다고 한다. 수시로 시간을 보고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이제는 울지 않는 아이가 됐다. 

재훈이는 전 어린이집에서 교사에게 맞은적이 있다고 했다. 있어서는 안 될 폭력에 대해서 힘들어하는 재훈 엄마 앞에서 차마 그 사정을 묻지는 못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재훈이는 한결 의젓해져 있었다.

원감 선생님의 마음 씀에 가슴이 다 울릴 정도로 감동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이 유치원 하늘반에 들어갔지만 첫 해 코로나19 여파로 등원한 날보다 안 한날이 더 많았다. 울면서 등원한 날도 많았지만 어느덧 말도 늘었고 표현력도 좋아져 있었다. 발달에 큰 문제는 없지만 자주 넘어지는 지은이까지 네 아이는 2년을 하늘반에서 지냈다. 그리고 같이 졸업을 맞이했다.

유치원 교문 앞에서 안 가겠다고 몸부림을 치며 우리 아이가 울던 날이었다. 때마침 교문 밖을 나온 원감 선생님은 아이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으셨다.

“우리 찬우 우는 모습은 이렇구나. 선생님은 오늘 처음 보네.”

이제 그만 가야지~~ 정도로 타일러도 고마운 줄 알려고 했던 나는 원감 선생님의 마음 씀에 가슴이 다 울릴 정도로 감동을 했다. 결국 아이는 제 풀에 지쳐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그 때 까지 선생님은 무릎을 펴지 않고 기다려주셨다.

아이들은 때로 화내고 때로 울었다. 어떤 날 우리 아이가 우느라 등원이 늦으면 현관에서 하늘반의 나머지 세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왔다. 

그리고 손을 잡고 교실로 함께 들어갔다. 언젠가 학부모 참여 수업 때 우리 아이가 혼자서 노래를 부르자, 선생님은 그 노래 영상을 틀어주셨고 모두 다 입을 모아 그 노래를 함께 불렀다. 선생님들은 늘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시거나 웃으셨다. 언제 이 아이들이 무슨 문제라도 있었냐는 듯이.

나눌수록 마음은 커진다고 했고, 이 마음들은 더 커질 듯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갔다. 하늘반 안에서만 아니라 보통의 아이들과도 어울리고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졸업을 맞이했다. 다른 보통의 아이들처럼 똑바로 걸어서 졸업식장에 들어와 정해진 자리에 앉았고, 순서를 지켜 단상에 올라가서 졸업장과 상장을 받고 자리로 걸어 돌아왔다. 

언제든 의아한 눈초리, 아이를 외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내왔는데, 천사가 아닐까 싶은 선생님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을 보고 무엇보다 안심하고 기뻐한 건 엄마들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안타깝고 무거워진 기분으로 돌아와 졸업장 옆에 같이 받아온 앨범을 보니, 조그만 아이 사진들로 꾸며져 있었다. 

치킨이 떨어져 울다가 맛있는 음식에 기뻐하는 얼굴, 더운 날에도 긴팔 옷만 고집하다 처음으로 반팔 옷을 입은 날, 웃으며 친구와 장난치는 모습, 선생님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 물놀이에 신난 얼굴, 낙엽을 밟은 모습, 눈놀이를 하는 장면까지, 아이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집을 보고 참았던 눈물이 또 터지고 말았다.

나눌수록 마음은 커진다고 했으니까, 이 마음들은 더 커질 거라고 믿는다. 이제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뎌야 하지만 그곳이 마냥 무섭기만 한 곳일 리가 없다. 차가운 시선, 따가운 말씨만 있었다면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그토록 행복했을까. 넓은 세상에 어찌 나쁜 사람만 있으랴. 어디든 이토록 고운 천사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내 딛으면 된단다. 엄마는 응원하며 지켜볼게. 이 말을 기도처럼 읊어 본다. 찬우, 시후, 재훈이, 지은이에게.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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