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치는 읍·면·동 풀뿌리부터
지역자치는 읍·면·동 풀뿌리부터
  • 정기석
  • 승인 2023.01.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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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제주도는 단일광역 행정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별자치도답게 도내 유이한 기초지자체인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제주도민이 선출하지 않는다. 제주도지사의 직권으로 임명한다. 제왕적 도지사로서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는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지역사회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제주도민의 행정시장 직선제 전환 등 기초단체 부활 열망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번번히 중앙 정치권의 '특별자치도 명분과 논리'에 발목이 잡혀있었다. 제주에 특별자치도라는 특별한 사무·권한을 이양하는 선도적 실험과 시도를 했으니, 테스트베드 성격인 단일 행정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기류와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법률안이 제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 12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또 경기도, 충북도 특별자치도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제주도만 유일한 특별자치도라는 ‘특별한’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원, 전북 등 새로 출범하는 특별자치도는 제주도처럼 '단일 행정체제'를 고려하지 않는다. 강원도는 춘천, 강릉 등 7개 시, 고성 등 11개 군, 전라북도는 전주, 남원 등 6개시, 무주, 진안 등 8개군의 기존 기초자지단체를 그래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제주도 같은 단일 행정체제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심지어 폐단과 부작용이 적지 않은 현실도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델

그래서 제주도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폐지된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제주도는 기초자치단체의 모델을 기존의 '기관대립형' 모델을 비롯, 국내 최초로 '기관통합형' 모델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기초자치단체로 하자는 안과 과거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복원하자는 안 등이 제기된 상태다.

또 의원내각제 형태의 기관 통합형으로 기초자치단체를 신설, 주민이 선출한 기초의원이 기초자치단체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기관통합형' 정치 모델은 유럽 등 여러 선진국에서 정착한 '의원내각제' 모델과 같은 것이다.

나아가 제주도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차제에 시•군 단위를 넘어 ’풀뿌리민주주의‘의 바탕으로 읍•면단위에 자치권을 부여하자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 독일 등 이른바 선진사회는 모두 읍면 단위의 행정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5.16쿠데타 이전 우리도 기본 단위는 읍면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형 기초자치가 기존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중심의 기초자치로 가는 것보다는 주민 중심의 기초자치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제주지역 공무원과 전문가 절반 가량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긍정적이라는 조사결과도 주목된다, 제주도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의 45.4%, 전문가의 57.0%가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부정적 의견은 공무원이 20.8%, 전문가가 19.0%에 불과했다.

지역자치는 읍•면•동에서부터

무엇보다 제주도 지역사회에서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읍·면·동의 자치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제주도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제주민회 등이 앞장 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의 모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읍·면·동의 자치 강화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민회는 아울러 “읍면동 주민자치와 함께 마을기금 설치·운용도 검토돼야 한다”며 “읍·면·동마다 마을기금을 기반으로 마을기업이 생겨 자립적인 마을경제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마을의 규모와 범위가 큰 제주도 농어촌지역에서는 마을회의 힘이 막강하다. 행정구역(통·리)과 마을 사이의 공간적 불일치, 자연자원의 차이에 따른 마을 간 고리와 격차 등의 문제를 피하거나 풀기 위해서는 읍·면·동 자치 강화가 지방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논리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주민자치가 아닌 대의제형 단체자치라고 할 수 있다.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주인 행세를 하고 지역의 주인인 주민은 소외되고 있다. 그래서 이같은 문제와 한계를 보완하려고 2013년부터 제주를 제외한 전국 1,000여 개 읍면동에서 는 주민자치위원 추첨 선발, 주민총회 개최 등 주민 중심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제대로 주민자치가 실현되려면 해당 읍면동 주민 전부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인격과 자치권을 지닌 읍면동 주민자치를 목적으로 하는 ‘주민자치기본법’이 법제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읍면동 주민자치야말로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에 기반한 기초자치의 원형이자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주민회(공동의장 신용인, 임성우)는 제주형 기초자치 모델의 핵심쟁점은 시군자치와 읍면동 자치의 이층제냐, 읍면동 주민자치의 단층제냐로 집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제주형 기초자치가 기존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중심의 기초자치보다는 지역주민 중심의 기초자치로 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기초자치의 주인공은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아니라 주민이라는 당연한 말이다.

과연 제주형 기초자치의 미래가 주민 중심의 읍·면·동 주민자치라는 이정표와 신기원을 이룩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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