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보증보험 미가입 71건...과태료는 '1'도 없었다
'빌라왕' 보증보험 미가입 71건...과태료는 '1'도 없었다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3.01.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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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뒤늦게 '악성 임대인' 전세 보증보험 가입여부 전수조사
피해자들 "법 어겼는데 왜 제재 없었나" 지탄
주택 1139채의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주택 1139채의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정부가 뒤늦게 '악성 임대인'들의 전세 보증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은 2020년 8월부터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임대인들이 가입의무를 지켰는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

'빌라왕' 김모(42)씨의 경우, 피해자가 속출한 서울 강서구에서도 보증보험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 처분은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증보험 가입" 말로만...손놓은 전세사기꾼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지난달부터 관할지역 주택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관리하는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들이다.

HUG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채무를 한푼도 갚지않은 임대인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다.  '악성 임대인'들의 보증보험 가입여부부터 확인에 나선 것이다.

법 개정으로 2020년 8월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고, 기존 임대사업자에게는 1년 유예기간을 둬 2021년 8월부터 가입의무가 지워졌다.

이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주체는 지자체이다. 당초 면제대상이 아닌데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보험 가입요건이 엄격해 가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임대사업자들이 모두 처벌을 받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1월부터 과태료 3000만원 이하의 처분으로 완화됐다.

숨진 빌라·오피스텔 임대업자 정모씨 사건과 관련해 실제 집주인, '빌라왕'의 배후로 추정되는 신모씨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숨진 빌라·오피스텔 임대업자 정모씨 사건과 관련해 실제 집주인, 신모씨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문제는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김씨 같은 전세사기꾼들이다.

이들은 세입자들에게 자신이 등록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보증보험에 의무가입한다고 말만 해놓고,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 사건 피해자가 속출한 서울 강서구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의무가 있는데도 김씨가 가입하지 않은 주택은 71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증보험 미가입으로 김씨가 강서구에서 받은 과태료는 1건도 없었다. 임대의무 기간내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주택을 매각해 부과된 과태료가 7건 있었을 뿐이다.

김씨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예정이라며 임대차계약을 신고했고, 구청은 추후 서류를 보완하라며 일단 신고를 받아줬다. 임대차 계약후 가입하는 보증보험 절차는 1∼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후 김씨가 보증보험 가입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과태료를 물지 않았고,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다.

◇개인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은 2배 늘었지만…

보증보험 미가입 과태료는 가입하지 않은 기간에 따라 3개월 이하는 보증금의 5%, 3개월 초과에서 6개월 이하는 보증금의 7%, 6개월 초과는 보증금의 10%를 부과한다.

김씨가 전세를 놓은 주택 보증금이 평균 1억500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서울 강서구에서만 10억여원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 사건 피해자 강모씨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법을 어겼음에도 김씨는 개인 임대사업자 지위로 계속해서 주택을 매입하고 임대차계약 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나라에서 왜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고 놔둔 것인지 답변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가입자체는 크게 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증보험에 가입한 개인 임대사업자는 2019년 14명에 불과했다.

이어 2020년 1006명, 2021년 2만1724명, 지난해 4만2049명으로 늘었다. 2021년 8월 기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까지 의무화되면서 가입 임대사업자 수가 1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보증세대 수는 지난해 11만9219세대로 2020년 4627세대의 26배, 2021년 8만3033세대의 1.4배로 늘었다. 법인 임대사업자의 보증세대 수는 2020년 18만6151가구에서 지난해 22만8449가구로 43% 증가했다.

지난 3일 서울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사업자들이 보증보험 가입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2021년 8월 직전 집중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되는 세대도 많은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때 보증료의 75%는 집주인이, 25%는 세입자가 부담한다. 집주인 부담이 크다 보니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가입시 과태료 이상의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되, 보증료 부담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50 대 50으로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HUG는 지난해 10월24일부터 임차인 알림톡 시스템을 만들어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사실을 알리고 있다.

세입자들은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여부를 알림톡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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