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 입학...초등학교 생활과 느린아이들 도움반
아이의 첫 입학...초등학교 생활과 느린아이들 도움반
  • 이영미
  • 승인 2023.01.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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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느리거나 상대방을 안 쳐다보는 등 느린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발견하는 순간 대부분의 부모는 치료나 특수 교육을 하는 사설 기관, 이른바 ‘센터’쇼핑에 나서게 돼...그래도 요새는 학교들의 배려와 준비가 되어있는 편

[이영미 칼럼] 초등학교는 아이가 접하는 첫 사회다.

유치원을 갓 졸업한 아이가 처음으로 대 집단에 들어가 규칙과 질서를 배우며 사회성을 익혀가야 할 곳이 바로 학교다.

그러나 우리 아이처럼 느린 아이들에게 보이는 학교라는 곳은, 정리되지 않은 온갖 시각, 청각 자극들이 쏟아지는 곳이고, 자기 내면의 욕구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외적인 규율들을 강요받아야 하며, 버거운 학습 활동을 수행해내야 하는 곳이다. 평범한 아이에게도 낯설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데, 느린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충격과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아이는 지난 가을부터 무슨 이유에서 인지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허옇게 ‘땜통’이 생기더니 무슨 씽크홀 같은 큰 구멍이 네 군데나 생겨버렸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스트레스가 말 못할 고통을 안겨줘 자기 안의 면역 세포가 모낭을 공격한다는 설명에 내 마음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 같았다.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서 쉬게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오히려 주위에서는 적응을 위해 치료나 교육도 꾸준히 계속하라고 조언했다.

또래보다 느리거나 상대방을 안 쳐다보는 등 느린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발견하는 순간 대부분의 부모는 치료나 특수 교육을 하는 사설 기관, 이른바 ‘센터’쇼핑에 나서게 된다. 블로그와 맘 까페와 입소문을 종합해가며 아이에게 필요로 하는 각종 치료와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게 된다.

당연한 것들을 수업료 내고 배워야 하는 것에 놀라거나 의아해 할 수도 

말을 배우는 언어 치료, 감각의 적절한 처리와 반응을 배우는 감각 통합, 그리고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를 배우는 놀이 치료가 가장 기본이고, 인지나 특수 체육, 미술, 음악, 작업 치료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대학병원의 부설 기관도 있고, 사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곳, 일반 센터 등 특징도 가격도 다양해서 시행착오들도 많이 겪는다.

우리 아이도 다섯 개의 기관에서 특수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9월부터 시작한 초등 예비 특강 ‘학교 준비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울고 불던 아이도 이제는 많이 의젓해져 있었다. 느린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처음 들어간 교실에서도 보이고 들리는 모든 자극에 불안도가 높아져 울음을 터뜨리거나 안 가겠다고 심하게 생떼를 부리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 익숙해지고 40분 동안 의자에 앉아있는 훈련이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목표다. 다행히 아이와 같은 반 다섯 명 아이들은 자리에 착석해 40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배운다. 주변의 정보와 단서를 종합화 해서 결론을 내리는 ‘지각 추리력’이 부족한 아이들, 다시 말해 눈치가 없다 보니, 아주 작은 규칙도 혼란해 한다.

공책의 줄에 맞춰 한글을 쓰는 것도 배워야 하고, 이름을 쓰는 란에 ‘이름’이라고 적어 넣는 대신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써 넣는 훈련도 해야 한다. 그것 외에도 10분의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 간단한 숙제를 제출해야 할 때 멍하니 앉아있지 않고 제대로 내는 것, 줄을 서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것, 그리고 자기 세계에 빠져 혼잣말을 하고 싶어도 수업 시간에는 혼잣말을 하지 않는 것도 배워야 한다.

당연한 것들을 수업료 내고 배워야 하는 것에 놀라거나 의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교육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사회에 ‘기본’이나 ‘상식’이 다 지켜져 왔다면 그 많은 사건과 혼란은 왜 일어나겠는가.

학교예비소집, 도움반 교실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도 있어 좋아 보여

여하간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의 현실, 그러니까 입시를 위한 다양한 정보 속에서 줄을 타고 있는 것처럼 느린 아이의 부모들 역시 수많은 기관과 센터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다.

평범한 아이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보통 부모들의 목표라면, 느린 아이 부모들은 그 평범함의 무리에 가까워지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고 할까. 그래도 요새는 학교들의 배려와 준비가 되어있는 편이다.

학교 예비 소집에 아이 손을 잡고 가 봤더니 느린 아이를 위한 ‘개별화 교육’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학생 수가 적어지다 보니 교실은 넉넉하고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다. 도움반 교실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잇감도 있어 좋아 보였다. 교실과 화장실도 멀지 않아 보였고 복도나 계단 등도 안전해 보였다.

도움반 아이들을 위한 학교생활 가이드북 셋트도 받아왔다. 느린 아이들을 위한 음악 등 방과 후 교육도 있다고 안내 받았다. 입학 후에는 오히려 센터 치료를 확 줄여도 되겠다 싶었다. 막연히 불안했던 학교를 직접 가 보니 느린 우리 아이를 위한 시설들도 준비돼있는 것 같아 다소 마음이 놓였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내 아이가 느리건 빠르건,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아이의 하루가 알차게 채워져 갔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학부모가 다 같은 마음일 것이기 때문에.

필자 소개

이영미<klavenda@naver.com>

동화작가/문화예술사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컨텐츠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만화

전 명지전문대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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