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번호판 장사' 퇴출...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
화물차 '번호판 장사' 퇴출...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3.0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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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게 이어진 지입제 개선…운송실적 없으면 면허박탈.
화주 처벌조항 없애고,운송사 과태료도 완화...당정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있는 화물차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있는 화물차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지난해 두차례 벌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의 쟁점이던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없애고, 강제성이 완화된 '표준운임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화물차 기사에게 2000만∼3000만원씩 받고 번호판만 빌려주는 지입전문회사는 시장에서 퇴출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연 뒤 이같은 내용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기업인 화주와 운송사 사이 '안전운송운임'을, 운송사와 화물차 기사 사이에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구조다. 최소운임으로 규정한 안전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하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새로 도입하는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간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고 매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화주에 대한 처벌조항을 없앤 게 핵심이다. 운송사에 대해서도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100만원, 200만원으로 점차 올려 부과하는 식으로 처벌을 완화한다. 

과태료 액수도 500만원에서 대폭 줄일 방침이다.

또, 표준운임제를 적용받는 화물차 기사의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처럼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5년 연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한다.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간 안전운임제가 운수사와 화물차 기사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보고, 표준운임제 원가책정 방식도 개편한다. 설문조사가 아닌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의 자료를 토대로 원가를 책정한다. 화물연대 조합비·휴대전화 요금·세차비 등은 원가산정 항목에서 제외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6일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화물 운송시장의 뿌리 깊은 관행인 지입제(持入制) 퇴출에 나선다.

지입제는 화물차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한 뒤, 사실상 독립적인 영업을 하면서도 운송사에 번호판 대여비용인 지입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입전문업체들은 번호판을 사용료로 2000만∼3000만원, 위·수탁료로는 월 20만∼30만원을 받는다. 화물차 면허총량이 묶여 있는 점을 악용해 '번호판 장사'를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운송기능을 하지 않고 지입료만 떼먹는 운송사 퇴출을 위해 모든 운송사로부터 운송실적을 신고받을 계획이다. 운송실적은 화물차 기사들도 자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송실적이 아예 없거나 미미한 운송사가 보유한 화물 운송사업용 번호판을 회수한다. 감차가 반복되면 운송사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회수한 번호판은 해당운송사에서 일감을 받지 못한 화물차 기사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주는 방식으로 내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6 toadboy@yna.co.kr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빨대구조'를 퇴출하겠다"며 "국가면허인 번호판 장사를 통해 수익을 중간에서 뽑아가는 구조를 이번 기회에 손보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지입계약 때 화물차를 운송사 명의로 등록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화물차 실소유자 명의로 등록하도록 한다. 

이를 위반하면 역시 화물차 번호판을 회수하는 감차 처분을 한다. 지입차주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지입회사가 번호판 사용료를 화물차 기사에게 돌려주지 않거나, 차량교체 동의 비용으로 700만∼800만원을 요구하는 '갑질'을 해도 감차 처분을 한다.

당정은 지입전문회사들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도 요구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입회사들이 화물차주에게 받은 번호판 대여료와 차량교체 비용이 회계상 장부에 어떻게 기록되고, 수익이 어디로 귀속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법인 수익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엄청난 법인세를 탈루한 것이므로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입제 폐지를 유도하는 동시에, 운전자를 직접고용해 월급을 주며 관리하는 운송사에는 증차를 허용할 방침이다.

화물차 수급조절제 역시 개선하기로 했다 .

유가변동에 취약한 화물차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화물운임-유가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물량이나 장기 운송계약시 유류비 변동에 따른 운임조정을 계약서 내용에 포함토록 해서 유류비가 오를 때 운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행기록장치(DTG) 제출의무는 25t 이상 대형화물차와 대형트랙터에도 부여한다.

DTG를 통해 화물차 기사가 휴식시간(2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

판스프링 등 화물 고정장치 낙하사고에 대한 처벌은 강화한다. 판스프링을 불법 개조하면 사업허가·자격을 취소하고, 상해·사망사고가 났다면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과적차량은 화물차 기사 뿐아니라 화주와 운송사에도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본다.

당정은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방안 등을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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