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5년 넘긴 빗장 푼다…외국 금융기관 직접 참여 허용
외환시장, 25년 넘긴 빗장 푼다…외국 금융기관 직접 참여 허용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3.02.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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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발표…새벽 2시까지 개장시간 연장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으로 제한…“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미 달러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가 허용된다. 외환시장 운영시간은 국제 금융 중심지인 런던에 맞춰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20년 넘게 걸어 잠궜던 외환시장의 빗장을 이런 방식으로 풀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국내 시장에서만 원화 거래가 가능한 폐쇄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원·달러 환율 안정을 저해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한국 증시의 ‘만성적 저평가’ 문제의 해결책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7일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했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금융을 자금이 움직이는 혈맥에 비유한다면 외환은 나라 안팎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면서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 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 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시장 접근성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개인 투자자 편의성도 좋아질 것”

외환위기 경험 등으로 인해 폐쇄적으로 운영돼 온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적·경쟁적인 구조로 바꿔 시장 접근성을 국제적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고, 국내 시장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마저도 국내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거래 시간도 제한적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30분에 문을 닫는다.

문제는 이런 외환시장 구조가 원화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매력을 낮춰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가 적다 보니 선박 수주 실적에 따라 선물환 매도 물량이 큰 조선사나 해외투자를 확대 중인 개인·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는 게 외환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하반기부터 외국 금융기관이 우리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기관이어야 하며, 현재 국내 기관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유형인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으로 대상을 제한할 방침이다.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 기관은 불허한다.

이와 함께 현재 오후 3시30분에 끝나는 개장시간은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오전 2시까지로 연장한다.

이로써 국내 외환시장은 아침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문 열게 된다. 미국 뉴욕의 개장 시간과도 일부 겹친다.

정부는 추후 은행권 준비, 시장 여건 등을 봐가며 24시간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외국 기관 투자자만 아니라 해외 자산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의 편의성도 높이는 조치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예컨대 현재는 야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자 환전을 하려면 외환시장 마감 탓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假) 환율로 1차 환전을 하고 다음 날 우리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거래 절차가 불편할 뿐 아니라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환전됨에 따라 당초 원한 수량만큼 주식을 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밤 시간에도 시장환율로 바로 환전이 가능해 원래 계획대로 투자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시장 거래량이 증가하고 다양한 거래 동기를 지닌 시장 참가자들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시장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이 흡수하면서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NDF는 일반적인 선물환 거래와 달리 원화 결제가 필요없어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이뤄지고 투기에도 용이한 거래다.

최근 원·달러 NDF 시장은 크게 성장했는데,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접근성이 제한된 결과 역외 NDF 시장이 이같이 기형적으로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와 위험 관리 노력 등에 힘입어 우리나라 거시건전성과 대외안정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시장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시장 개방으로 시장 참가자와 거래량이 늘면 환율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대근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업무부장은 “환율 측면에서 외환시장 구조가 개선되면서 해외에 투자하고자 하는 국내 수요는 물론, 역외에서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양방향으로 늘면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MSCI 지수·WGBI 편입 위한 초석”… “환율 안정 기대는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는 물론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염두에 두고 국내 외환시장 개방을 추진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두 지수에 편입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 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증시로 최대 61조원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추종 자금만 2조500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 WGBI에 편입되면 외화 자금 유입 규모는 최대 9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자본시장제도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면서 “시차에 관계없이 외국인도 한국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만으로는 거래량 증가나 환율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이 WGBI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경우에만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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